[책갈피 속의 오늘]1935년 거짓말탐지기 첫 테스트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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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자신이 어미임을 주장하던 두 여인에게 ‘아이를 둘로 나눠 가지라’고 해 가짜를 가려낸 솔로몬 왕의 판결처럼, 거짓말쟁이를 가려내는 방법은 먼 옛날부터 다양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검찰관이 논고를 하는 동안 범죄 혐의자는 입에 쌀을 한 움큼 물고 있어야 했다. 논고가 끝났을 때 혐의자 입 안의 쌀이 여전히 마른 상태이면 거짓말쟁이로 간주됐다. 거짓말을 하면 침이 마르는 신체 변화를 이용한 범죄 수사 기법이다.

몸의 생리적 변화로 마음의 상태를 측정하는 이 같은 방법은 20세기 초 거짓말탐지기라는 기계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최초의 테스트는 1935년 2월 2일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레너드 켈러라는 엔지니어에 의해 실시됐다.

거짓말탐지기는 거짓말을 할 때의 심리적 갈등과 불안 때문에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거나 피부전기반사가 달라지는 등의 신체적 변화를 통해 마음을 읽어 낸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기계보다 강하다. 이 기계의 신뢰도는 9년간 러시아 스파이로 활동하다 1994년 체포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앨드리히 아메스의 거짓말 탐지에 실패하면서 결정적으로 금이 갔다.

아메스는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거짓말탐지기를 두 번씩이나 무사 통과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조사관이 ‘거짓말탐지기가 작동 중’이라고 말하기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편안하게 있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현재 국내 대법원 판례도 거짓말탐지기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럴수록 더 정교한 거짓말탐지기를 만들려는 과학자들의 노력도 집요하다. 미 텍사스대 의대 연구팀은 최근 거짓말을 할 때 심장 근육보다 위장 근육이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두뇌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이 거짓말을 90%까지 잡아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상습적 거짓말쟁이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감이나 신체적 매력이 거짓말 능력과 연관돼 있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도 있다. ‘잘생기고 말을 잘했던’, 그래서 전 국민이 속아 넘어갔던 한 과학자의 거짓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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