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현진]‘소득공제 축소’ 일주일새 말 바꾼 재경부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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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11시 반. 재정경제부 브리핑 룸에서는 이색적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통상 언론의 보도를 반박해 왔던 재경부가 이날 본보가 단독 보도한 ‘1, 2인 가구 추가공제 폐지’의 내용이 맞다고 확인해 주는 기자회견이었다.

1, 2인 가구의 근로소득 추가공제를 없애면 전체 근로소득자의 40% 정도인 475만 명 이상이 가구당 최대 70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실질적인 증세(增稅)’라는 누리꾼들의 반발로 재경부 홈페이지 등 각종 인터넷 자유게시판은 불이 났다.

정확하게 1주일 전 재경부는 정반대의 자료를 냈다. ‘양극화 해소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서민층 희생이 우려된다’는 본보 보도에 대해 “소득공제 축소 등 근로자 관련 세금 감면 축소는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재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세지출 보고서’를 보면 이런 해명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득공제로 깎아 준 세금 7조7000억 원을 포함해 전체 세금 감면액 중 61.5%가 서민 생활과 관련 있는 항목이었다. 다른 항목도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 쉽게 줄이기 어렵다.

결국 재원 확보를 위해 서민과 관련된 세금 감면액을 조정하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럴 계획은 없다고 주장했던 재경부는 1주일 만에 1, 2인 가구의 소득공제 항목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재원 마련과 불합리한 제도 시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근로자의 세금 감면액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힌 후 여러 이유를 들며 딴소리를 하는 것은 ‘말 바꾸기’로 볼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근로자의 세금 감면액을 줄여야겠다”고 얘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당분간 증세는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세금을 늘리지 않는 척하면서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신뢰를 잃는다면 ‘양치기 소년’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국민은 솔직한 정부를 원한다.

박현진 경제부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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