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SBS 리메이크 드라마 ‘사랑과 야망’ 한고은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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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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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화연 vs 한고은.

한 명은 1986년 ‘사랑과 야망’의 미자였고, 다른 한 명은 2006년 리메이크 ‘사랑과 야망’의 미자로 탄생한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차화연의 ‘미자’ 이미지 때문에 한고은의 연기를 선입견 없이 보기는 힘들 것이다. 뒤따르는 자의 서러움이다.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이 4일 방영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비교당할 것을 예상한 듯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탤런트 한고은(29·사진)의 표정은 단호했다.

“저는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어려서부터 연기자가 꿈도 아니었습니다. 모델을 하다 우연히 연기자가 됐어요. 체계적으로 배우고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있었다면 소위 무명시절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지금은 후회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 아니 많이 늦게 연기하는 맛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거침없이 평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에게 지워진 짐이 무겁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원작 드라마의 명성, 이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후 결혼과 함께 갑작스레 은퇴한 선배 배우의 그늘 등.

“차화연 선배의 미자 연기를 좀 보려했는데 김수현 작가님이 오히려 보지 말라고 하더군요. 안 보는 게 지금 배우들에게 나을 수 있다는 거죠. 휴….”

리메이크 ‘사랑과 야망’은 원작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김 작가와 곽영범 PD가 다시 호흡을 맞추는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고은이 미자 역에 캐스팅되자 ‘가장 중요한 역을 미스캐스팅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동양적이고 아담했던 차화연의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제가 서구적 이미지가 강해 미자 역에 안 어울린다고요? 1980년대 미자는 개혁적인 인물이었고 사회가 받아들이기 힘든 여성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여자가 많잖아요. 서구적 외모의 배우가 미자로 캐스팅되는 건 의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자는 야망을 위해 사랑과 가정을 버리고 서울에 가 영화배우로 성공하는 강인한 여성이다. 낙후된 고향을 벗어나고자 하는 미자의 몸부림을 표현하기에는 시골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도회적 외모가 더 적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파란만장한 삶, 극도의 감정 기복을 보여 주는 미자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연기력이 필수다. 이 때문에 한고은의 연기로는 미자 역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 미자에게 많은 공감을 느껴요. 미자는 욕망 그 자체죠. 저도 평범한 삶을 거부하는 사람이죠. 욕심도 많고 대범하고, 싫으면 싫고 사랑하면 미치도록 사랑하고… 모두 이해하니 연기하기도 편합니다.”

한고은은 그동안 지적된 연기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발성 연습, 비염 치료, 치아 교정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대본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들여다보면서 다른 캐릭터까지 연구했다. 제작발표회에서 1회를 본 관중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고은의 연기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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