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햇살을 못 견디고
사르락 떨어진다.
적요의 팽팽한 떨림 속으로
댓잎 하나가 사부작이 날아든다.
열다섯 되는 새해 아침,
이 닦다 말고
오금이 저릴 때까지 쭈글치고 앉아
먼 미래를 건너다본다.
참 많이도 쇠락하였다.
“이 닦다 말고 뭐 해요? 새해 아침에?”
아내의 핀잔에 깜짝 깬
눈 들어 거울 들여다본다.
웬 낯선 이가 치약
허옇게 묻힌 몰골로
저 먼 과거를 내다보며
망연히 서 있다.
부푼 솜털 시리다.
―시집 ‘집이 떠나갔다’(창비) 중에서
‘간짓대 위에 얹힌 눈이 사르락 떨어질’ 동안, 열다섯 홍안이 반백의 중년이 되었구나.
선인은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고 읊었던가. ‘오금 저리게 건너다본 미래’는 ‘저 먼 과거’를 다시 바라본다.
그러나 치약 거품은 헹궈야 하고, ‘댓잎 하나가 사부작이 날아들’ 동안에도 인간사 일대사가 꽃잎처럼 피어날 것이다. 천년이 수유(須臾)라면, 수유 속에 천년이 있을 것이니.
―시인 반 칠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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