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日 요코타 메구미 남편, 한국서 납북된 김영남씨인 듯”

  • 입력 200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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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편 ‘김철준’은 한때 납북자 이민교(47) 씨라는 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1978년 납북된 한국인 김영남(45) 씨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은 ‘김철준’의 신원을 유전자(DNA) 검사로 밝혀내려 하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崔成龍·54) 대표는 31일 “최근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김영남 씨가 요코타 씨의 남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 관계자는 DNA 분석을 위해 김 씨 어머니의 혈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요코타 씨는 1977년 13세 때 일본 니가타(新潟) 현에서 납북됐다. 북한 측은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에서 “요코타 씨의 북한 이름은 ‘류명숙’이며 1986년 김철준 씨와 결혼해 딸 김혜경(17) 양을 낳은 뒤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던 중 1993년 3월 자살했다”고 밝혔다.

북한 측은 2004년 일본 측에 요코타 씨의 유골을 건네 줬다. 일본은 DNA 검사 결과 유골이 가짜라며 ‘김철준’의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 측은 “김 씨가 특수기관원이어서 사진 촬영이나 DNA 검사에 응할 수 없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요코타 씨 남편이 명절 때 남한의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일본인 납북자의 증언이 나오자 지난해 말경 한국 정부에 한국인 납북자 가족의 DNA 검사에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최 대표를 통해 납북자 가족의 혈액과 모근을 채취해 DNA 분석을 하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혜경 양과 생김새가 닮은 이민교 씨가 ‘김철준’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김철준 씨 어머니의 혈액형은 O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김철준’의 신원은 1978년 8월 선유도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돼 대남공작원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영남(당시 16세) 씨와 또 다른 납북자 홍건표(46) 씨로 좁혀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최 대표에게서 일본 정부가 김영남 씨를 요코타 씨 남편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제 김영남 씨 어머니 혈액의 DNA를 분석하는 일만 남았지만 최 대표는 일본 측에 김 씨 어머니의 혈액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최 대표는 “일본 측이 4일 열릴 북-일 회담에서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우려가 높아 한국인 납북자와 그 가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혈액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영남 씨의 신원 확인을 한국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며 “북한은 이미 일본인 납북자의 생사 확인과 송환 요구를 들어 준 만큼 한국인 납북자의 생사 확인과 송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인 납북자인 남편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요코타 씨를 살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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