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준화교육 틀 더 깨야 한다

  • 입력 200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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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은 어제 신년회견에서 “2008년까지 은평 길음 아현 뉴타운에 1곳씩 자립형사립고(자사고)를 개교하겠다”며 “3월 중 자사고를 운영할 재단을 공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에는 아직까지 자사고가 한 곳도 없다. 서울시 교육청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중고교 수를 현재 전체의 40%에서 올해 안에 5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지역의 고교평준화를 보완하고 학생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조치들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교육 살리기’에 열성이다. 경기도는 ‘특수목적고 벨트 조성 계획’에 따라 올해에만 4개 특목고를 개교한다. 대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지자체일수록 ‘명문 학교’를 육성하는 데 적극적이다.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주요 이유가 ‘좋은 교육환경에서 자녀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같은 대도시 내에서도 교육환경의 차이가 부동산 값을 좌우할 정도로 양질(良質)의 교육을 받으려는 욕구는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서울시만 해도 강남북의 교육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강북에 자사고 설립을 허가해 줄 것을 몇 년 전부터 요구했으나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자율성이 보장되는 자사고는 늘려 가야 한다. 그래야 평준화 체제가 30년 넘게 지속되면서 확대되고 있는 폐해를 줄일 수 있으며, 다양한 교육시스템을 통해 여러 방면의 자질과 능력을 키워나가는 세계적인 인재육성 흐름과도 맞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초중고교의 조기(早期) 진급과 졸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도 조기 진급 졸업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학부모들이 꺼리는 형편이다. 먼저 정부가 뛰어난 학생들이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택하도록 여건 조성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평준화교육의 틀에 갇혀 있으니까 학부모들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평준화는 더는 교육의 정답일 수 없다. 정부는 지자체나 주민 요구에 마지못해 따라갈 게 아니라 스스로 평준화교육의 틀을 더 깨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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