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增稅 없다”며 돌아서서 ‘세금폭탄’ 던지기

  • 입력 200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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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일 전 “당장 증세(增稅)를 주장하지 않는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역시 믿을 게 아니었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던 뒷전에서 재정경제부 관료들은 세목(稅目)별로 세금을 더 짜낼 궁리에 바빴다.

역시 봉급생활자들이 가장 만만한 모양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맞벌이부부 가구’와 ‘자녀가 1, 2명인 가구’의 근로소득에 대해 추가공제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정부는 연간 약 5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이 범주에 들 것으로 추정되는 맞벌이 부부를 포함해 약 500만 명의 근로소득자는 소득 수준에 따라 가구당 연 8만∼70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세원(稅源)이 완전히 노출돼 자영업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는 근로소득자들이 또다시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재경부는 “자녀가 적을수록 1인당 소득세 공제액이 더 많아 출산장려에 역행하기 때문에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이유를 댔다. 그렇다면 이렇게 세금을 더 거두면 얼마나 많은 가구가 아이를 더 낳을지 예상수치라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또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임시투자세액 공제율을 올해부터 10%에서 7%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약 5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얘기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통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많이 물리는 대신 등록세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내리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역시 세금을 더 거두는 데만 마음이 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금을 만들거나 세율을 올리는 것만이 증세가 아니다. 지금 정부가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조세액 늘리기’가 모두 증세다. 정부는 더 거둔 세금을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강화 등에 쓰겠다고 한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지출하기까지의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분적 누수(漏水) 또는 비효율적 낭비 등을 고려한다면 증세를 통한 부(富)의 이전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대로 가면 노무현 정부와 납세자들의 세금 갈등이 점점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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