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원재]日서도 비판받는 아소 외상의 망언

  • 입력 200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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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이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일왕이 참배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집권 자민당 핵심부는 외견상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외상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31일 “개인의 생각이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매파 성향인 아베 장관은 평소 “누가 총리가 되든 패전기념일인 8월 15일에 야스쿠니 영령에 당당히 참배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 고이즈미 총리도 한국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사태를 감수하면서까지 야스쿠니 참배에 집착해 왔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엔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돌린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아사히신문의 사설에서 속사정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사설은 “아소 외상의 발언에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내 우파의 지지를 모으려는 속셈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경선을 의식해 일본 외교의 책임자라는 책무를 저버린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선 자민당 내에서도 못마땅해 하는 기류가 압도적이지만 반대 논리는 두 갈래로 나뉜다.

야스쿠니 참배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온건파는 물론 참배 적극론자까지 떨떠름한 반응이다. 이 문제가 총재 선거의 쟁점이 되는 것은 선거 전략을 감안하더라도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여론조사에서 선두인 아베 장관이 냉담한 태도를 취한 것도 이런 계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선의 자민당 중진 의원은 “다른 현안도 많은데 하필 야스쿠니 문제만을 단골로 들먹이는지 모르겠다”며 “아소 외상의 발언은 인기에 영합해 국가 이익을 소홀히 한 사례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2001년 총재 선거에서 고이즈미 후보는 유족회 등 보수세력의 표를 의식해 ‘야스쿠니 참배’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이번엔 현직 외상이 아시아 외교를 희생하면서까지 5년 전의 수법을 재탕하려는 것에 자민당 내 여론도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소 외상은 2003년 5월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한 것’이라는 망언으로 물의를 빚고도 총무상을 거쳐 외상으로 승승장구한 데서 용기를 얻은 것일까.

박원재 도쿄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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