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특집]82년생 개띠 비…새해 ‘비’ 많이 받으세요ㅎㅎ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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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째. 그의 달력은 새카맣다. 여백이 없을 정도로 빽빽이 적힌 스케줄. 데뷔 후 줄곧 이런 식으로 살아왔으니 그는 자신의 노래 제목처럼 스스로에게 ‘나쁜 남자’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은 ‘태양을 피하는 방법’(2003년)을 터득해 ‘이츠 레이닝’(2004년)을 외쳤고 지난해에는 한국을 넘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20개국에 ‘이츠 레이니 데이’ 콘서트를 퍼부어 20만 관객을 열광시켰으니 이쯤 되면 ‘바쁜 남자’ 또는 ‘기특한 남자’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설을 앞두고 가수 겸 탤런트 비(정지훈·25)를 만났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그는 틈새 시간을 이용해 영어 공부 중이었다.

“헤헤. 올해 제 최대 목표가 미국 진출이라서요.”

병술년(丙戌年). 개띠인 그는 “느낌상 올해는 내 생애 최고의 해가 될 것 같아요”라며 생글생글 웃는다. 2006년 설날,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1… 메모

▽비=얼마 전 메모장을 샀어요. 신년 계획 첫 번째를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자’로 잡았답니다. 갈수록 일이 많아지는데 ‘어어’ 하다 모두 놓칠까봐 걱정이 돼서 새해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자는 의미로 무조건 메모하려고요. 목표는 하나예요. 지금 내 앞에 놓인 기회를 모두 잡는 것입니다.

▽기자=25일 일본 데뷔 싱글 ‘새드 탱고’가 발매됐죠. 요즘 같으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인데….

▽비=최근에 (박)진영이 형에게 ‘목욕탕 창법’이란 걸 배우고 있어요. 사우나에서 몸이 녹녹해질 때 힘없이 부르는 창법인데 4집에서는 과거 쥐어짜던 창법 대신 편한 목소리로 녹음할 겁니다. 춤은 그 어느 누구도 하지 않은 신기술을 보여 주고 싶어요. 벌써부터 30여 개나 되는 안무를 연구하느라 메모장이 거덜 날 지경이죠.

2월 2일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단독 공연, 2월 25일 방콕 콘서트, 광고 촬영 등 이미 그의 수첩은 상반기 스케줄로 빽빽하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 출연 검토, 4집 음반 작업 등 한국 스케줄도 만만찮다.

#2… 가족

그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가족이다. 설날을 맞아 그도 가족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고향인 충남 서산에 계신 아버지를 찾는 일, 그리고 그가 가수로 데뷔하기 직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 산소에 가는 것이다.

▽비=명절이라 그런지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요. 지금 제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은데 생전에 잘 해드리지도 못하고…. 그래서 아버지에게 더 잘해 드리려고 노력하나 봐요.

▽기자=세뱃돈을 받는다면 아버지께 제일 먼저 드리고 싶은 게 뭐죠?

▽비=‘무료 이발권’ 10장요. 머리를 좀 잘라드리고 싶거든요. 지난해 이탈리아를 방문했는데 어떤 60대 남자분이 백발을 삭발에 가깝게 깍으셨더라고요. 멋지더군요. 물론 ‘올 백’ 스타일인 아버지는 ‘무슨 소리냐’며 거절하시죠. 하하.

▽기자=설날에 얽힌 남다른 추억이 있나요.

▽비=뭐니 뭐니 해도 세뱃돈이죠. 어릴 적 아버지 가게에서 일을 도와드리면 늘 세뱃돈을 넉넉하게 주셨어요. 받자마자 어머니한테 뺏기지 않으려고 침대 밑에 넣어뒀죠. 설날 특집 TV 프로그램 ‘올스타 청백전’하고 만화 영화 ‘머털도사’도 생각나네요.

#3… 미국

그는 올해 미국까지 활동반경을 넓힌다. 다음 달 2일 있을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을 교두보 삼아 올 하반기 미국 데뷔 앨범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과연 일본 오리콘 차트를 넘어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도 그의 이름을 볼 수 있을까? 그는 대뜸 ‘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비=무슨 일을 하든 성실과 진실이 기본이자 최고의 무기라고 아버지께 배웠습니다. 아무리 단점이 많아도 진실하고 성실하면 언젠가 인정을 받죠. 미국에서도 ‘1등 가수’보다 ‘노력하는 가수’로 남고 싶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자= 미국 진출에 두려움도 있을 법한데요.

▽비=두려운 건 없어요. 잘 안 됐다 해도 상처받지 않는 성격입니다. 다시 박차고 올라갈 기회는 언제든지 있으니까요. 일단 데뷔 앨범을 발표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죠. 하하.

글=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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