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팀 도청 명단 파악]최고위층 표적감시…수년간 도청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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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은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이뤄졌지만 도청 대상이 중요 인물에 한정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당시 안기부는 감시의 표적이 된 최고위층 인사들을 수년간 반복해 도청하는 방법으로 정권이 필요로 하는 고급 정보를 수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왜 150명에 그쳤나=안기부 미림팀은 도청 대상자들이 이용하는 요정 등지에 도청기를 설치해 대화 내용을 엿듣고 녹음했다.

미림팀 도청 테이프 274개에 포함된 고위 인사가 150여 명에 불과한 것도 출장 형태인 미림팀의 도청 방식과 관계가 있다. 미림팀은 최고위층 인사들이 만나는 고급음식점에 사전에 도청기를 설치해 음식점 인근 차량에서 이들의 대화를 엿듣는 ‘출장식 도청’을 했다.

이 같은 미림팀의 방식으로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의 대화를 도청하기 힘들었다. 또 도청은 대부분 밤중에 이뤄져 하룻밤에 많아야 2, 3곳에서 도청하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도청 테이프 274개의 도청 대상에는 장관도 끼기 힘들다”=도청 테이프 274개에 들어 있는 최고위층 인사 가운데는 유력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포함됐다. 야당에서는 김대중(金大中) 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가 집중 감시 대상이었다. 미림팀은 1997년 9, 10월 김대중 김종필 전 총재가 ‘DJP 연합’을 하기 위해 회동한 장소에서 주로 도청을 했다.

여당인 신한국당에서는 이회창(李會昌) 후보, 이 총재와 대선 전 연합한 조순(趙淳) 전 민주당 총재, 신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이인제(李仁濟) 후보,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중진 의원 등이 도청 대상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金賢哲) 씨의 국정 농단을 비판한 여당 중진 의원 상당수도 도청됐다.

언론계의 고위 인사들도 포함됐다. 국내 중앙일간지 사주 4, 5명과 방송사 사장 등 10여 명이 주된 도청 대상이었다. 재계 인사로는 삼성 현대 LG 대우 등 주요 재벌 총수들이 도청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정권과 국가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위 4, 5개 재벌 총수가 집중 도청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도청 테이프 274개에 들어 있는 인사는 ‘고위층 중의 고위층’으로 한정돼 있다”며 “정부 부처 장관은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공운영 씨는 7월 “대통령을 제외한 최고위층 인사를 모두 도청했으며 동아 조선일보 등 신문사 사주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도청 테이프 274개에는 ‘고위층의 은밀한 사담(私談)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과는 달리 국가 주요 정책과 정치적 사안에 관한 대화 내용이 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이 이뤄진 사안으로는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이 추진한 역사 바로 세우기 과정에서 빚어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구속, 1994년 삼성그룹의 자동차산업 진출과 북한 핵위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자금지원 협상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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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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