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50부작 다큐멘터리 ‘세계를 뒤흔든 순간’이 선보이는 첫 번째 순간은 ‘난징대학살’이다. 1부 ‘잊혀진 홀로코스트’(12월 4일 밤 11시 25분)와 2부 ‘진실게임’(11일 밤 11시 25분), 3부 ‘증언’(18일 밤 11시 25분) 등 3부작으로 구성됐다.
1부 ‘잊혀진 홀로코스트’는 작가 아이리스 장(1967∼2004)의 죽음을 추적했다. 아이리스 장은 난징대학살을 서양에 알린 작가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난징대학살이 인간이 저지른 만행 중 가장 끔찍한 사건이라는 것, 그것이 역사에서 묻혀졌다는 것을 알고 분개했다. 그가 보기에 난징대학살은 ‘잊혀진 홀로코스트’였다.
그는 학살의 기록을 찾아 다녔다. 특히 도움을 받은 것은 학살 당시 난징에 있었던 독일인 사업가 욘 라베가 남긴 일기다. 라베는 일본군의 총칼로부터 중국인을 도피시키는 데 앞장섰다. 일본 대사관에 학살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고, 히틀러에게 난징의 상황을 전하는 편지를 수차례 보냈다. 난징의 중국인들은 라베를 ‘살아 있는 부처’라고 불렀다. 라베의 상세한 기록이 아이리스 장의 저서의 바탕이 됐다.
아이리스 장의 책 ‘난징대학살(원제 ‘The Rape of Nanking’)’은 1997년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인권을 위해 싸우는 행동주의자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본 우익의 협박에 시달렸다. 아이리스 장은 2004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고속도로변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자살로 추정되는 그의 주검은 머리에 총알이 박힌 모습이었다.
2부에서는 ‘난징대학살’을 덮으려고 일본이 온갖 수단을 동원했던 것을 보여 준다. 3부에서는 일본군 생존자들로부터 만행의 증언을 들을 수 있다.
‘세계를 뒤흔든 순간’은 2009년까지 50부에 걸쳐 방영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2006년에는 ‘러시아 혁명’과 ‘중국 혁명’, 2007년에는 제1·2차 세계대전, 2008년에는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쿠바혁명을 다룬다. 2009년에는 ‘냉전의 종식’과 히틀러, 처칠, 케네디 등 20세기 주요 인물을 조명하는 ‘20세기의 회고’를 방영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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