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 않겠다던 외교부 부랴부랴 대변인 논평

  • 입력 2005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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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로 입장을 발표할 것이다.”

청와대는 28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이 26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문제 제기를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아소 외상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일관계 악화의 핵심 쟁점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이며 아소 외상의 발언은 일본의 여론을 의식한 ‘국내용’인 만큼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외교부의 판단이었다. 외교부는 과거 일본 지도층 인사들의 망언 때와는 달리 이번엔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해 ‘항의’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의 뜻’이 전달된 뒤 상황이 급변했다. 외교부는 부랴부랴 발표한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같은 발언은) 그릇된 역사 인식에 기초한 것이며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인근국과 국제사회가 보여 온 깊은 우려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지각없는 처사로 이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저녁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한 4강 대사가 참석하는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주최 만찬에 참석해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에게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아소 외상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외교부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바꾼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 아시면서…” 하며 말끝을 흐렸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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