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만에 다시 법정에 선 후세인

  • 입력 2005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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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족쇄를 차고 코란을 든 채 계단을 올라와야 했다.”(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호송 경찰에 얘기하겠다.”(주심판사)

“그들에게 얘기할 게 아니라 명령을 해라. 당신은 주권을 가진 이라크 사람이다. 나에게 그들은 정복자, 점령자다.”(후세인 전 대통령)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재판이 28일 바그다드 그린존 내에 설치된 특별법정에서 다시 열렸다.

이날 측근 7명과 함께 양복차림으로 법정에 나타난 후세인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도전적인 자세로 재판부를 몰아붙였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펜과 종이를 압수당한 상황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펜과 종이를 돌려주겠다는 주심판사의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1982년 7월에 있은 두자일 마을 주민 학살사건 당시 정보장교로 관여했던 와다 이스마엘 알 셰이크 씨의 비디오 증언이 있었다. 두자일 사건은 후세인 전 대통령이 이 마을을 지나다 암살 공격을 받은 직후 마을 주민 140여 명이 처형과 고문으로 살해된 사건.

셰이크 씨는 “개인적으로는 후세인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고문 명령을 받지 않았고 마을 주민들의 이후 운명도 직접 보고하진 않았지만 후세인 전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주민 학살에 가담했다”고 증언했다. 셰이크 씨는 이 증언을 녹화한 직후인 지난달 미군이 관리하는 병원에서 암으로 숨졌다.

이어 암살 위기를 모면한 후세인 전 대통령이 현장에서 용의자를 직접 신문하고 부하들에게 취조를 지시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유죄가 입증되면 사형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과는 별도로 1988년의 쿠르드족 독가스 학살사건을 포함해 다른 반인륜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도 이어지게 된다.

이날 재판에는 이라크전쟁을 반대한 램지 클라크 전 미국 법무장관이 후세인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후세인 전 대통령과 측근 7명에 대한 첫 재판은 지난달 19일 시작됐으나 재판 개시 수 시간 만에 후세인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재판 연기 신청이 받아들여져 5주간 재판이 연기됐다.

그러나 이날 재판도 몇 시간 만에 다음 달 5일로 연기됐다. 리즈가르 모하메드 아민 주심판사가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최근 5주 사이 살해된 변호인 2명을 대신할 사람을 구하도록 시간을 준 것. 한편 이날 오전 그린존 지역에는 박격포탄 1발이 날아들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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