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둥省 한국어 말하기 대회 “너무 어려워요!”

  • 입력 2005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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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국 산둥 성 르자오 시에서 열린 ‘제4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중국 대학생 20여 명은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한 학생이 웅변식으로 5분간 한국 문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르자오=문병기 기자
26일 중국 산둥 성 르자오 시에서 열린 ‘제4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중국 대학생 20여 명은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한 학생이 웅변식으로 5분간 한국 문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르자오=문병기 기자
《“들의 콩깍지는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 깐 콩깍지면 어떻고 안 깐 콩깍지면 어떠냐. 깐 콩깍지나 안 깐 콩깍지나 콩깍지는 다 콩깍지인데.” 한 중국 여학생이 묘기를 부리듯 어려운 한국어 발음을 빠르게 해내자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26일 중국 산둥(山東) 성 르자오(日照) 시 취푸(曲阜)사범대 대강당. 칭다오(靑島) 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르자오 시 인민정부 주최로 열린 ‘제4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중국 대학생 20여 명은 능숙한 한국어를 선보였다.》

이들은 한국어학과가 있는 산둥 성 15개 대학 대표와 1차 예선을 통과한 학생 등 60명 가운데 3 대 1의 경쟁을 뚫고 본선에 올라 쟁쟁한 실력을 갖췄지만 대본을 보며 연습에 열중하는 등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산둥 성 내 한국어학과생 500여 명이 이들을 지켜보느라 대강당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본선은 각자 5분씩 한국 문화와 한국어의 우수성 등에 대한 주제로 한 웅변으로 진행됐다.

“1차에서 얼큰한 감자탕에 소주를 마시고 2차에서는 맥주를 연방 ‘원샷’으로 마시고 나서 3차로 노래방을 가는 것을 보고 한국인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4차 찜질방이 남았던 것이죠.”

한 학생은 한국 대학생의 술 문화에 대한 경험담을 재미있게 풀어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거나 ‘군밤타령’, ‘아리랑’ 등의 노래를 부르는 등 저마다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2시간 반에 걸친 대회에서 대상은 ‘작은 고추 한국의 우수성’이란 주제로 말한 산둥대 한국어학과 2학년생 류샤(劉霞·20·여) 씨에게 돌아갔다.

그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야말로 오늘의 한국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말”이라며 “산둥 성보다 작은 한국이 반도체 생산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이 80년이나 걸린 자동차 산업도 불과 40년 만에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월드컵에서 증명됐듯 한국인의 끈기와 단결이 이룬 결과”라며 “이것이 우리가 작은 고추 한국을 배워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류 씨는 “무엇보다 꿈에 그리던 한국에 갈 수 있게 돼 아주 기쁘다”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다 한국 기업에 취업하는 데 유리하다는 주변의 권유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입상자 10명에게는 부상으로 6박 7일간의 한국 여행이 주어졌다. 심사위원을 맡은 산둥 성 청년간부학원 한국어과 임미숙(林美淑) 교수는 “올해 산둥 성에서만 2개 대학이 한국어학과를 신설하는 등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일면서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르자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웨이팡大 교수 김지용씨 “중국어 배우러 왔다가 한국어 가르치고 있죠”

“한국을 최전선에서 알린다는 각오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중국 산둥성 웨이팡(유坊)과학기술직업학원(한국의 전문대) 한국어학과 김지용(金智勇·27·사진)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취업을 준비하다 중국에서 한국어학과 교수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으로 갔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1년간 중국에 머문 적이 있으며 원래 꿈은 무역상이었다.

그는 한 달에 2800위안(약 36만 원)을 받는다. 가족의 반대가 심하지만 그는 당분간 귀국할 생각이 없다.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자부심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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