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尹씨가 애용한 ‘강원랜드 돈세탁’ 실태

  • 입력 2005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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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법조 브로커 윤상림(53·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 회장·구속) 씨가 강원랜드 카지노를 통해 검은돈을 세탁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강원랜드가 돈세탁의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윤 씨는 사건 관련자들을 협박하거나 청탁을 해결해 준다는 명목으로 받은 수표 등을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세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표를 카지노에서 칩으로 바꿔 도박을 한 뒤 다시 칩을 강원랜드가 발행한 수표로 바꾸는 방법으로 수표의 ‘꼬리표’를 없앴던 것.

검찰은 윤 씨가 이렇게 세탁한 돈을 다시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 강원도가 밝힌 강원랜드 카지노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21억 원, 하루 평균 4825명의 고객이 드나들었다.

이 때문에 강원랜드에서 발행한 수표를 받아간 사람과 그 수표의 용처를 일일이 추적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검찰은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강원랜드는 자금 세탁의 ‘블루오션’”이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투자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도 전대월(全大月·구속 기소) 전 하이앤드 대표가 지난해 4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비자금 1억5000만 원을 세탁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용처는 밝혀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일단 윤 씨가 강원랜드에서 사용한 수표(윤 씨가 외부에서 가지고 가 강원랜드에서 칩으로 바꾼 수표)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강원랜드에서 고객들이 칩으로 바꾸기 위해 사용한 수표를 보관하는 창고에 들어갔더니 1000만 원권 이상 수표를 보관한 자루만 해도 너무 많아 100만 원권 이하의 수표는 아예 뒤져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10명의 자금 추적 수사관이 4일간 꼬박 작업해 고객들이 사용한 1000만 원권 이상 수표 가운데 윤 씨가 사용한 수표 83억 원을 윤 씨의 배서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추려낼 수 있었다.

검찰은 이들 수표를 추적해 윤 씨가 받은 돈의 출처를 파악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 씨가 사용한 83억 원의 수표를 따라가다 보면 윤 씨에게 청탁을 한 사람과 윤 씨에게서 사건을 소개받고 리베이트로 돈을 준 변호사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尹씨 카지노서 56억 탕진… 차명계좌 5,6개 추적▼

윤상림 씨가 2001년 초부터 최근까지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를 출입하면서 도박으로 56억 원을 탕진한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윤 씨의 정관계 로비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金敬洙)는 최근 강원랜드에 남아 있는 윤 씨의 카지노 도박 기록을 검토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윤 씨는 카지노 도박으로 매달 1억6000만 원씩 잃은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 씨는 한 달에 10일 정도를 강원랜드에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며 “윤 씨는 주로 자금 세탁을 위해 카지노를 출입했지만 도박에도 깊이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 씨가 강원랜드에서 칩으로 교환한 전체 금액이 250억 원인 사실을 파악했지만 중복 계산 등을 고려할 때 윤 씨가 실제 사용한 금액은 153억 원(수표 83억 원+현금 70억 원)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검찰은 153억 원에서 윤 씨가 도박으로 잃은 56억 원을 뺀 97억 원을 강원랜드에서 세탁한 뒤 다시 가지고 나온 것으로 보고 자금의 용처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윤 씨가 친지 등의 명의로 개설한 차명계좌 5, 6개를 찾아내 윤 씨가 강원랜드에서 세탁한 자금과의 관련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윤 씨가 세탁한 자금을 이들 계좌에 넣어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썼을 것으로 보고 이들 계좌의 입출금 내용을 확인 중이다.

검찰은 윤 씨가 올해 초 경찰 수사 관련 청탁 명목으로 한 기업인에게서 5000만 원을 받은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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