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분식회계 파문 딛고 2년연속 종합상사 1위 눈앞

  • 입력 2005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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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믿고 투자했는데 이게 뭔 꼴이냐’며 항의를 받았죠. 심지어 재떨이가 날아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 앞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니까 결국 해 주더랍니다.”

2003년 9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직원들은 밤잠을 설쳤다. 밤이면 주주들을 일일이 방문해 ‘7:1 감자(減資)’에 대한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는 게 일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었다.

결국 주주총회에서 감자 안이 통과됐다. 당시 신임 대표이사로 선출된 정만원(사진) 사장은 “모든 임직원의 뼈를 깎는 각오로 제2의 창사를 이룩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정 사장의 다짐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부실기업에서 우량 기업으로

SK네트웍스는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로 파산 직전에 내몰린 ‘부실기업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이젠 이 회사가 망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종합상사 중 매출, 수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기록적인 성장을 보였다. 올해도 매출 1위가 유력시되고 있다. 1∼3분기(1∼9월) 매출액은 10조9935억 원으로 경쟁 업체를 이미 멀찌감치 따돌렸다.

실적이 좋은 것은 복합주유소, 패션 등 ‘돈이 된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 특히 해외 시장에 ‘씨앗’을 활발히 뿌리고 있다.

올해 종합상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지주회사를 차리는가 하면 최근 호주에도 현지법인을 세웠다. 중국에 차량정비시스템이 부족한 점, 호주에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점을 재빨리 포착한 결과다.

○ 워크아웃 졸업 채권단이 결정 할 일

SK네트웍스의 변신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최고경영자(CEO)의 힘이 컸다.

정 사장은 회사 운동회 등 사내(社內) 공식행사 때마다 가수 전인권의 ‘사노라면’ 등 직원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노래를 불러 큰 호응을 받았다.

요즘에는 고객을 위에 두고 CEO는 가장 아래에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는 ‘서번트 리더십’의 전도사로 변신했다. 현재 그에 대한 임직원들의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다.

정 사장은 “직원들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였다”며 “회사 살리기 잘했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 빠른 정상화를 이룰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실적이 호전되면서 2007년까지로 예정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조기 졸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채권단에서도 SK네트웍스에 대한 평가는 좋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기 졸업 여부는 내년 상반기에 윤곽이 잡히겠지만 현재 경영실적은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졸업 시기는 전적으로 채권단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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