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언급한 ‘위압적 취재’ 내용은

  • 입력 2005년 11월 28일 0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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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처음 취재 방향은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연구 자체가 허위라는 것이었다…수십 명의 교수, 박사들이 황 교수와 짜고 사기극을 벌이고 있고, 세계가 그 사기극에 놀아나고 있었다는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줄기세포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여론을 보며’라는 기고문을 통해 MBC PD수첩을 이렇게 표현했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들의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을 하는 경우까지 있어서 연구원들이 고통과 불안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처음 취재 방향은 연구 자체가 허위’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황 교수의 오른팔’로 불리는 이병천(李柄千·수의대) 서울대 교수는 “MBC 제작진이 한 달 전쯤 처음 취재를 의뢰할 때는 주제가 ‘한국 생명공학의 현황과 발전’이고 훈훈한 얘기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연구 성과가 진짜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를 했느냐”,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해 달라”는 등 연구의 ‘진위’를 묻는 질문을 계속 했다는 것.

이 교수는 “아마 MBC에 제보한 사람이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를 비롯해 우리 연구팀 성과 전체가 가짜라고 얘기한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PD수첩 측이 연구원들에게 위압적인 분위기로 취재한 것은 사실”이라며 “연구원들에게 마치 취조하듯 몰아붙이고 추궁하듯 질문해 심적 고통이 컸다”고 밝혔다.

특히 ‘이미 연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연구원 1명씩 답변하게 요구하는 과정은 죄수 2명을 격리한 뒤 1명에게 자백을 요구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고 이 교수는 털어놨다.

PD수첩이 내보낸 ‘난자 기록장부’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황 교수팀은 주장한다.

PD수첩은 난자 기록장부를 보여 주며 “2003, 2004년 황 교수 연구실로 들어온 난자의 적출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다. 기록된 것만 650여 개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방송에 나온 난자 기록장부는 한 연구원의 개인 실험노트였다”며 “방송을 보면서 누구의 실험노트인지 즉시 알았고 그가 방송에 제보했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 개인의 실험노트를 연구팀 전체의 ‘난자 기록장부’라고 표현한 것도 문제지만 650여 개라는 난자 수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MBC PD수첩 측은 이에 대해 “취재 내용이 심각한 내용이어서 취재원이 협박을 당하는 것처럼 느낀 것 같다”며 “그러나 문제가 될 만큼 폭력적이지는 않았으며 정말 문제가 된다면 취재 과정을 방송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 자체가 허위라는 취재를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며 “이번 파문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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