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능 후유증’ 어떻게 극복할까

  • 입력 2005년 11월 2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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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이 ‘수능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험생 스스로 기분을 풀 수 있도록 가족이 신경 써야 한다. 23일 서울 동대문구 한 의류쇼핑센터 앞에서 열린 ‘수능탈출 콘서트 야광발광’.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이 ‘수능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험생 스스로 기분을 풀 수 있도록 가족이 신경 써야 한다. 23일 서울 동대문구 한 의류쇼핑센터 앞에서 열린 ‘수능탈출 콘서트 야광발광’.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아직 논술과 면접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수험생으로서는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시험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것은 수험생만이 아니다. 시험을 잘 치른 집안은 어느 때보다 기쁘지만 망쳐버린 집안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매년 대입 합격자가 결정되는 1월부터 2월 사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학부모가 많다. 물론 오래전부터 병의 원인이 쌓인 탓이겠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지금부터 2개월간 병을 키우는 것이다. 수험생이나 부모 모두 ‘수능 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이다.》

○자녀의 충격을 최소화하라

시험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수험생들은 일시적이나마 ‘세상이 끝났다’고 비관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곧 예전 상태로 돌아가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일부는 자신감을 상실해 사람 만나기를 기피하고 방 안에만 처박혀 있는 ‘골방 증후군’을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 부모가 “그러게 누가 시험을 못 보래?”라면서 타박하면 아이들은 더욱 세상과의 교류를 거부한다. 부모가 먼저 웃어야 한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차선책을 찾아보자”며 설득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시험이 끝났기 때문에 ‘자유’를 만끽하려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밤늦게 귀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도 강압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아직 논술과 면접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여전히 강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18세 전후의 청소년 시선으로 함께 놀아주는 게 중요하다. 인터넷게임을 함께하거나 쇼핑을 다니면서 원하는 것을 사 주는 것도 좋다. 또 콘서트에 가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풀어 줄 것은 풀어 주되 늦잠이나 불규칙한 식사는 허용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래야 아이들은 원칙을 잃지 않는다. 아이가 괜찮다면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권장하는 것도 좋다.

○수능 실패, 엄마가 더 아프다

자녀가 시험을 망치면 많은 엄마들이 “내가 잘못해서…”라며 죄책감을 느낀다. 멍한 상태가 계속되다가 분노와 우울, 죄책감이 겹쳐서 나타난다. 현재의 감정을 잘 수습한다면 1, 2주 후 종전 상태로 돌아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본격적인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엄마들이 더 절망하는 이유는 실망감을 표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야 감정을 다 드러내지만 엄마는 혼자 끙끙댄다. 때로는 아이에게 실망을 하는 자신이 더 미워 절망하기도 한다.

수능 후유증은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풀어야 한다. 원인이 엄마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을 아이에게 이해시키고 자신도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결과를 수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족이 함께하라

이 무렵 가장 역할이 중요한 사람은 아빠이며 남편이다. 남편이 아내의 감정 변화를 잘 감지해야 더 큰 병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아이의 시험 결과가 좋았는데도 아내가 우울해 하는 경우도 있다. 아내는 “가슴 한 구석이 휑하게 구멍이 뚫린 기분이 들어”라고 말한다. 바로 ‘빈 둥지 증후군’이다. 이제 품에 있던 자식이 독립한다는 생각에 허탈해지는 것. 역시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엄마들은 이 무렵 그동안 수험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참았던 긴장이 풀리면서 갱년기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얼굴 홍조나 두통, 소화불량 같은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폐경기로 접어들면 ‘여성성’을 잃었다는 사실에 우울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우선 부부가 함께 기분 전환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 가족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남편이자 아빠의 역할이다. 1박 2일간 여행이나 가족콘서트, 영화관람 등을 하면서 충분한 대화를 하는 게 좋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정신과 윤세창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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