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독재자 부시면담 주선 의회상대 불법로비 덜미

  • 입력 2005년 11월 2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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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외교적 공인에 목말라 하는 아프리카 독재자나 다른 인디언 부족의 카지노 사업 진출을 막고 싶은 인디언 부족장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면? 아프리카 금권통치자가 미국행 비자를 얻고 싶다면?

이들이 워싱턴 로비스트가 몰려 있는 K 스트리트에서 얻은 비결은 ‘잭 아브라모프(47·사진) 씨를 만나 보라’였던 것 같다.

가봉 공화국의 엘 하지 오마르 봉고 대통령,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인디언 쿠샤타족(族), 자이르의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 전 대통령은 이렇게 그의 고객이 되었고, 뜻하는 바를 성취했던 것 같다고 미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브라모프 씨는 로비 과정에서 여러 규정을 어긴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제3의 회사를 설립해 수입을 축소하고, 로비 내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으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에서 올여름 물러난 톰 딜레이 의원에게 규정 밖의 해외여행을 주선한 혐의다. NBC 방송은 26일 그를 겨냥한 수사 속보를 전하면서 “수사결과에 따라 공화당의 도덕적 기반을 뿌리째 뒤흔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대인인 그는 브렌다이스대에 재학 중이던 1981년 전국 공화당 대학생회장에 선출되면서 보수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선거운동을 함께했던 사람이 감세운동단체인 ‘조세개혁을 위한 미국인(ATR)’을 세운 그루버 노퀴스트와 ‘기독교인 연대’의 설립자 랠프 리드였다. 그는 대학졸업 후 워싱턴 시내의 조지타운대 법대에 진학했지만, 변호사의 길 대신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반공정신을 강조한 영화 ‘레드 스콜피온’을 제작하는 등 10년 가까이 영화인으로 지냈지만, 결국 워싱턴으로 복귀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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