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건물 입주하는 대한상의 30년 지킴이 노진철 부장

  • 입력 2005년 11월 2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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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기자
김재명 기자
“대한상공회의소 땅은 남대문을 향해 있는 복주머니 형상이에요. 모양 그대로 복이 가득 찬 곳이죠. 이 기운을 받아 회원사 모두 번창할 겁니다. 허허.”

대한상의 관리본부 회관건설팀 노진철 부장(53·사진)은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중구 남대문로 회관을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1975년 입사해 올해로 만 30년이 된 그는 대한상의의 역사를 곁에서 지켜본 산증인.

1884년 한성상업회의소로 출발한 대한상의는 서울 중구 소공동에서 지내다 1984년 남대문로 현재 부지에 12층 회관을 지어 이사 왔다. 이후 같은 자리에 20층 새 건물을 지었다.

노 부장은 부지 선정작업부터 시작해 두 차례에 걸친 회관 신축 현장을 발로 뛰며 누볐다.

○ “많은 사람 오갈 수 있어야”

부지 선정작업은 9대 회장인 고 태완선 대한중석광업 회장 시절(1976∼79년) 시작됐다.

“태 회장님은 회관이 시내 중심가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누구나 쉽게 자주 올 수 있어야 한다면서요. 여러 곳을 물색하다 복주머니 모양의 이 땅을 보고 무릎을 탁 치셨죠.”

3457평 크기의 이 땅을 57억 원에 매입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신축 회관에 관심이 많았다.

“원래 24층으로 지으려고 했지만 너무 높은 것 같아 20층으로 낮춰 보고했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뭐가 이렇게 크냐’고 지적해 높이를 낮추다 결국 12층으로 결정됐죠.”

당시 이곳에는 남대문초등학교와 KOTRA가 있어 이들 건물을 이전하려면 정부 허가가 필수적이었다.

노 부장은 “지금도 남아 있는 건축계획 최종 승인안에는 박 전 대통령의 서명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대한상의가 이 부지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안타까워했다는 후문이다.

삼성그룹은 남대문로에 본사 등 주요 건물이 포진해 있는 만큼 이 회장은 인근의 이 명당에 건물을 확장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 한국기업 성장사(史) 응축

소공동(5층·2000평)→남대문로 옛 회관(12층·1만3900평)→남대문로 새 회관(20층·3만4000평)으로 이어지는 대한상의 회관의 변천사는 한국 기업의 성장과 궤적을 함께한다.

올해로 121주년을 맞는 대한상의의 회원사는 현재 5만여 개.

“당시만 해도 큰 편이었던 12층 옛 회관이 어느 새 더 높은 건물로 빽빽하게 둘러싸이더군요. 한국 기업이 참 빠르게 성장한다는 걸 실감했죠.”

새 회관은 4개국 언어로 동시통역이 가능한 국제회의장을 비롯해 6개의 비즈니스센터와 중소형 회의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옥상과 테라스를 정원으로 꾸미고 540평 규모의 광장은 분수대가 있는 공원으로 만들었다.

노 부장은 “옛 회관에 입주했던 한국야쿠르트, KEC(옛 한국전자)가 건물을 지어 나가는 등 입주사가 모두 성공했다”며 “자기 건물 지어 나가는 경우가 아니면 내가 못 나가게 막는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대한상의에 바라는 점을 묻자 “건물 말고는 아는 게 없다”고 한사코 손사래를 치다가 “회원사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한국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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