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에 홍걸씨 비리 도청정보 보고했다”

  • 입력 2005년 11월 28일 03시 07분


코멘트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 2001년 국가정보원이 도청을 통해 수집한 3남 김홍걸(金弘傑) 씨의 비리 첩보를 보고받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하고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27일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김은성(金銀星·구속 기소) 전 국정원 2차장 등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홍걸 씨의 측근이던 최규선(崔圭善) 씨에 대한 도청 사례를 진술하는 과정에서 “홍걸 씨 도청 내용이 포함된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는 것.

김 전 차장 등은 “최 씨가 홍걸 씨를 등에 업고 물의를 일으켜 국정원이 최 씨를 도청해 입수한 홍걸 씨의 비리 첩보를 청와대에 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4일 열린 김 전 차장의 첫 재판에서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검사는 “국정원이 최 씨에 대해서도 장기간 도청했으며 (김 전 차장이) 2차장 부임 직후인 2000년 6월경 최 씨가 권노갑(權魯甲·당시 국민회의 상임고문) 씨의 보좌관으로 호가호위를 한다는 ‘별보(別報)’를 작성해 임동원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이 있느냐”고 신문했고, 김 전 차장은 “그렇다”고 시인했다.

국정원의 ‘별보’ 내용은 2000년 당시 최 씨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각종 이권 등에 개입한 홍걸 씨의 비리 연루 단서와 정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도청을 통해 얻은 홍걸 씨와 최 씨 관련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김 전 차장 등의 진술을 검증한 뒤 이를 ‘사실’로 전제하고 재판에서 김 전 차장에 대해 신문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진술’의 차원을 넘어 ‘사실’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최 씨에 대해 도청이 집중된 것은 국정원이 최 씨보다는 홍걸 씨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전 차장은 2002년 4월 21일 구속됐을 당시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0부에 낸 탄원서에서 ‘도청 정보의 청와대 보고’ 정황을 더욱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 전 차장은 MCI코리아 대주주 진승현(陳承鉉) 씨에게서 금감원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2001년 12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김 전 차장은 탄원서에서 “최규선에 대해서는 2000년에 이미 문제점을 종합해 청와대에 보고한 바 있었고 대통령님께서는 국정원이 책임지고 최규선을 조치하라고 했다”며 “당시 홍걸 씨나 권노갑 씨는 ‘국정원 김 차장이 허위 정보를 만들어 유능한 사람을 죽이려 한다’며 임동원 국정원장과 나에게 노발대발했다”고 주장했다.

▶본보 2002년 5월 3일자 A1면 참조

김 전 대통령이 아들의 비리 문제가 담긴 도청 내용을 보고받았다는 정황에 따라 당시 보고 내용이 도청에 의해 작성됐다는 점도 알고 있었는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도청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이 도청 개입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검찰이 김 전 대통령의 도청 정보 인지 및 지시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지는 미지수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