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영화/27일]‘쓰리’ 외

  • 입력 2005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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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쓰리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감독 세 사람이 공포를 주제로 옴니버스 영화를 만들었다. 한국의 김지운, 중국의 천커신(陳可辛) 그리고 태국의 니미부뜨르 감독이 그들이다. 아시아 3개국의 공포영화라는 점에서 각각 어떤 지점에 두려움의 닻을 내렸는지 살펴볼 만하다.

우선 첫 번째 작품인 김지운의 ‘메모리즈’는 중산층 가정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를 그리고 있다. 최근 한국 공포영화의 특성이라면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대상이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있다’라는 식의 반전을 들 수 있는데, ‘메모리즈’ 역시 그렇다. 영화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부유하고 안락한 가정을 침묵의 살해 현장으로 전복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심리 공포물을 넘어선다. 일상 속에 도사리고 있는 균열의 기미, 자존심으로 포장된 잔혹한 복수심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

태국 감독의 작품인 ‘휠’은 인형에 걸린 저주에 대한 공포심을 다루고 있다. 저주가 담긴 인형의 저주, 욕망이 불러올 참혹한 현실을 꿈으로 간접화한다는 점에서 구태의연한 고전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세 작품 중 가장 이채로운 작품은 바로 천 감독의 ‘고잉 홈’이다. 허우샤오셴 감독의 ‘동년왕사’에 대한 오마주처럼 낯선 공간에 대한 아이의 공포감으로 시작된 영화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지점까지 관객을 데려간다. 삶과 죽음, 방부된 시체와 살아 있는 육체와 같은 미묘한 문제들을 사랑이라는 테마 아래 전개해 나가는데, 감성에 미치는 여파가 만만치 않다. 방부제에 담긴 아내가 언젠가 부활할 것이라 믿는 리밍(黎明)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

◆파리의 연인

한때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와 같은 제목의 영화. 실은 드라마가 영화 제목의 덕을 봤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가난한 재봉사의 딸을 부잣집 아가씨로 착각해서 시작된 연애의 갈등과 비극을 그리고 있다. 알랭 들롱의 연인, 파란만장했던 일생에 대한 소문이 자자한 로미 슈나이더의 모습을 작품 속에서 확인하는 기회가 될 듯. 1957년 독일 감독 헬무트 카우이트너의 작품이다. 원제 ‘Monpti’. ★★☆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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