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 입력 2005년 1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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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김상근 지음/415쪽·2만5000원·평단문화사

17세기 바로크시대를 연 이탈리아 천재화가 카라바조(1571∼1610)에 관한 평전이다. 우리에게는 대중적으로 낯선 화가이지만, 자신의 조국 이탈리아에서는 10만 리라짜리 지폐 앞면을 장식할 정도로 대접받고 있는 문화적 영웅이다.

저자는 연세대 신학대 교수인 신학자다. 유학 시절 우연히 성당에서 만난 카라바조의 작품에 매혹된 뒤 5년여 발품을 팔고 자료를 축적해 묵직한 책으로 묶었다.

저자가 평가하는 카라바조의 위대함은 교회나 제도에 종속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중세시대에 인간 내면의 추악함, 고통, 배반, 슬픔, 속임수, 환희의 체험 등을 화폭에 표현하며 ‘아름다움과 추함, 성속(聖俗)의 경계를 허물었던 화가’라는 것.

살인자로 오랜 도피생활을 할 정도로 부침이 심했던 삶을 산 카라바조는 로마 뒷골목의 거지, 불량배, 매춘부, 집시, 협잡꾼 등을 때로 예수처럼, 성자처럼, 막달라 마리아처럼 표현했다. 하늘 위의 신이 아니라 땅 위의 신을 화폭에 구현하려 했던 것이다. 미술평론가 못지않은 전문적인 작품 설명과 책의 주인공에 대한 절절한 애정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수준 높은 미술서가 되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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