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34>닥터 노먼

  • 입력 2005년 1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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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은 본보기가 될 만한 어른이 없다고 한다. 사실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 사고마다 우리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투성이다.

우리의 눈을 책 속으로 돌려 보자. 역사의 한복판에 우뚝 선 거인 노먼 베순, 그의 삶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베순은 캐나다 출신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흉부외과 의사였다. 공중보건제도의 확립에 앞장섰던 의료운동가이자 스페인의 반파시즘 투쟁, 중국의 대장정에 참여한 종군의사인 베순은 ‘20세기 인술’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베순은 어린 시절부터 의사의 길에 뜻을 두었고 또한 의사로서의 자질을 보여 주었다. 젊었을 때 두 번 참전을 경험한 그는 “경험이란 그 열매가 목적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바로 목적이다. 늘 격렬하면서도 우아한 불꽃으로 타오른 것, 인생의 성공이란 바로 이것이다”라는 윌터 페이터의 말에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폐결핵으로 쓰러질 때까지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디트로이트에서 성공한 의사가 된 후에도, 특히 자신의 건강이 많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가난한 환자들의 부탁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들의 요청에 응할 정도로 자신을 불태우며 살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평범한 의사의 길이었다.

폐결핵으로부터 벗어난 베순에게는 제2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스페인 내전을 기점으로 일대 변화를 겪게 된다. 그는 스페인 민주주의 원호 위원회가 파견하는 의료지원단을 이끌고 전장으로 들어간다. 이때 처음으로 그는 전장에서 혈액은행을 운영해 많은 부상병의 목숨을 구한다. 그전까지만 해도 부상병들은 전장에서 의료진이 있는 곳까지 이동해 가는 도중 숨을 거두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베순은 “부상병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그대들이 먼저 그들을 찾아 가시오”라고 의료진을 독려하여 많은 부상병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후 베순은 스페인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싸우는 중국에 관심을 두고 중국 의료봉사대에 자원한다. 의료 지식이 전혀 없는 의료단을 위해 그는 밤에는 의료 관련 책을 집필하고 낮에는 부상병과 마을의 환자를 돌보는 등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한다. 그는 20여 곳에 기지 병원을 설립하고 의료 체계를 혁신함으로써 모든 중국 민중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그러던 중 그는 수술 도중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1939년 11월 13일 사망한다.

뛰어난 흉부외과 의사로 많은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었던 베순이 그 모든 것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질병과 사람, 사회를 통일적으로 파악하여 그 모두를 고쳤던 큰 의사(大醫)였던 베순은 몸의 질병과 사회의 질병이 함께 고쳐질 때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인술을 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사회의 질병을 고치는 일, 민중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베순만이 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다. 베순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의술이라는 도구를 이용한 것뿐이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고 큰 능력으로 자신만의 이익이 아니라 함께하는 이익을 추구해 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충분히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성희 인천 방축고 교사 학교도서관문화운동 네트워크 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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