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檢-警-軍상대 거액 뿌린 거물 브로커 구속

  • 입력 2005년 11월 2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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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군 장성과 판검사, 법원 검찰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 경찰 간부 등이 연루된 대형 법조 비리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거물 브로커의 수첩에 이들 고위인사 수백 명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사실을 확인하고 이 수첩을 압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金敬洙)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법조 브로커 윤상림(53·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 사장) 씨와 건설회사 대표 이모(48)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공갈) 혐의로 23일 구속했으며, 이들 고위인사가 윤 씨 등에게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윤 씨가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에서 150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세탁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돈의 용처를 추적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 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국회의원과 군, 검찰, 경찰 고위 간부 등 정관계 유력 인사와 친분을 쌓으면서 각종 사건에 개입해 돈을 챙기고 이 돈으로 다시 로비에 나선 거물 브로커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 씨가 △건설업체의 부탁을 받고 군 장성들에게 로비를 해 군 공사를 따도록 하고 △경찰 인사와 관련해 경찰 고위층에 거액을 제공하고 △형사 사건 청탁 대가로 판사와 검사들에게 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윤 씨가 검찰 법원의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소개하고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씨가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비리를 수사기관에 제보한 뒤 해당 사건을 친분이 있는 거물급 변호사들에게 소개하고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 씨가 강원랜드에서 수표 83억여 원(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800여 장)과 현금 70억여 원 등 총 150여억 원을 사용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윤 씨가 이 돈 중 상당액을 이 같은 브로커 역할을 통해 벌었으며, 이 돈을 강원랜드에서 세탁한 뒤 일부를 정관계 및 법조계 인사들에게 로비자금으로 전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씨 등은 H건설의 인천국제공항 외곽경계공사 수주와 관련해 2003년 5월 H건설의 군 장성 뇌물 제공 비리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제보한 뒤 “돈을 주지 않으면 더 많은 비리를 제보하겠다”고 협박해 9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2003년 H건설의 군 장성 뇌물제공사건 당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소속돼 전현직 군 장성 6명의 비리를 밝혀 ‘장군 잡는 여경’으로 이름이 알려진 강순덕(姜順德·38·구속 기소) 경위는 절친한 관계였던 윤 씨에게서 비리를 제보 받아 수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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