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의 비밀, 물리학이 푼다

  • 입력 2005년 11월 2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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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학자들 주가 변화 패턴 ‘프랙털’이론으로 규명 움직임

코스피지수가 24일 사상 최고치(1,282.02)를 경신하는 등 주식시장이 활황세다. 주가를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는 없을까. 최근 물리학이 주식시장을 두드리는 주문을 외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주가 그래프 속에 특정 패턴이 숨어 있다고 본다. 바로 ‘프랙털’이다. 프랙털은 단순한 모양이 반복돼 복잡한 모양이 만들어지는 것을 뜻한다. 복잡한 전체 모습이 단순한 기본 구조를 닮은 것. 번개, 해안선, 고사리 등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랙털 구조다.

김승환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는 “주가는 여러 성질의 프랙털이 섞여 있는 다중 프랙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소파동이 전체 주가 파동 속에 섞여 움직인다는 뜻으로 각각의 파동을 이해하면 주가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와 4년 동안 물리학과 경제학의 만남을 주제로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1995년 미국 보스턴대 물리학자들은 증시에 상장된 1000개 기업을 ‘통계물리적 해석’이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분석했다. 이때 경제물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했다.

물리학자들은 주식시장을 날씨와 비슷한 복잡계로 보고 있다. 날씨는 워낙 많은 기상 요소가 복잡하게 작용해 아주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낳을 수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김 교수는 “복잡계 경제학에서는 시장, 조직, 기관, 투자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며 작용해 끊임없이 요동하며 네트워크를 만든다”고 말했다.

국제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도 자신의 헤지펀드(외환, 국제증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입자들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양자역학적 의미를 살리고자 ‘퀀텀펀드’라고 이름을 지었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상품이 바로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이다. 이 중 옵션의 가격을 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바로 열역학에서 나온 열전도 방정식이다.

열역학에서는 공기, 액체에서 열과 입자가 확산되는 현상을 숫자와 공식으로 표현한다. 특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05년 세운 열전도방정식은 공기에서 입자의 확산을 잘 설명한다. 이 업적은 상대성이론과 함께 아인슈타인의 대표 업적으로 꼽힌다.

장경천 중앙대 상경학부 교수는 “1973년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자 마이런 숄스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자 피셔 블랙은 열전도 방정식을 변형해 옵션의 가격을 계산해내는 모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블랙-숄스 모형을 이용하면 옵션 판매에 따르는 위험을 95%까지 없앨 수 있어 파생상품 거래의 혁명을 일으켰다. 숄스 박사는 이 업적으로 199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 선물 등 파생상품 모형 개발… 한국서도 금융공학 전문가 양성 추진

지금도 파생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워낙 복잡한 미분방정식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로켓과학자들이 월가로 대거 진출해 파생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김동석(금융공학)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주가연동예금의 대부분이 외국 상품을 빌려온 것이며 파생상품 거래도 질과 양에서 부족하다”며 “경제학과 수학, 과학 능력을 결합한 금융공학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KAIST는 내년 봄학기부터 금융전문대학원을 설립해 석사과정 20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과학동아는 ‘금융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과학’을 12월호 특집으로 다뤘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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