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꽃 바위수국이 영국 꽃으로 둔갑…반출 후 신품종 등록

  • 입력 2005년 11월 25일 03시 05분


코멘트
세계에서 제일 큰 식물원으로 알려진 영국 런던 근교의 ‘큐 가든’.

사진작가 김정명(59) 씨는 올해 6월 이곳에 들어서다 깜짝 놀랐다. 정문을 지나자마자 왼쪽에는 등수국, 오른쪽에는 바위수국이 한아름 피어 있는 게 아닌가. 둘 다 울릉도와 제주도에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종이다.

하지만 김 씨는 금세 실망감에 사로잡혔다. 이들이 이미 개량돼 영국산 신품종으로 둔갑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가 이곳의 등수국과 바위수국을 한국 특산종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실정이다. 품종보호를 위한 ‘세계 종다양성 협약’에 따라 식물을 개량한 사람이 특허를 등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들을 한국에 수입하려면 비싼 로열티까지 별도로 물어야 한다. 그 결과 국내가의 10배까지 값이 올라가기도 한다.

국내 지리산 덕유산 한라산에서 많이 발견되는 구상나무. 현재는 미국과 유럽에서 개량돼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 이를 수입해 크리스마스 때 사용하는 일이 흔하지만 그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m 크기 묘목 한 그루를 5만 원에 수입한다. 국산은 5000원대.

미국과 유럽지역 화훼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링거비비추’도 김 씨 표현으로 ‘도둑맞은’ 우리 꽃이다.

원래 ‘홍도비비추’라고 불리는 한국산인데 1984년 미국 수목연구사인 링거 존스 박사가 홍도에서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한 뒤 ‘링거비비추’라는 신품종으로 등록했다.

김 씨는 “최근 3년간 전 세계 유명 식물원 13곳을 직접 방문한 결과 한국산 식물이 30여 종이나 됐다”며 “외국으로 반출된 한국 품종에 대한 실태 파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