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충북도의 도정(道政)일지를 작성해 온 우건도(禹健都·56) 충북도 기획관이 일지 작성 첫날 쓴 ‘도정일지를 쓰면서’라는 글의 일부분이다.
‘몇 수 십 번의 고뇌와 망설임이 뛰따르다 결심했다’는 내용이 마지막 부분에 이어질 정도로 그는 쉽지 않은 길에 도전했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충북 도정일지는 1982년부터 공식적으로 작성됐지만 일지작성을 담당했던 직원이 퇴직하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우 기획관은 당시 도정 기록 사관제도를 만들자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이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60년 넘게 빠짐없이 일기를 쓰는 큰 형(우건석·78)의 영향을 받았다.
우 기획관의 도정일지는 충북도정사는 물론 역사기록서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도지사의 하루 일정과 행사소식은 물론 인사, 정책 발표 등 도정 관련 내용을 꼼꼼히 기록했다. 자신의 의견과 잘못한 점을 곁들였다.
또 대한항공기 괌 추락(97년 8월 6일), 영국 다이애나비 참사(97년 9월 1일) 등 나라 안팎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 신문기사, 사진자료, 포스터를 직접 오려붙였고 날씨까지 재미있게 썼다.
부서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도정일지를 계속 작성해 100여 권에 이른다. ‘혼자만의 작업’이던 우 기획관의 충북도정 기록은 최근 빛을 보게 됐다.
이원종(李元鐘) 충북지사가 우 기획관의 일지기록 사실을 모른 채 간부회의에서 도정일지 작성을 지시했다. 우 기획관이 도정일지 얘기를 꺼내자 이를 직접 본 이 지사는 깜짝 놀랐다.
충북도는 1982년 이후 시작한 도정일지와 우 기획관의 일지를 기증받아 내년에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공식 도정일지도 다시 만들기로 했다.
우 기획관은 “자식 같은 도정일지를 도에 기증하려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며 “내가 일지를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업무 아이디어를 얻은 것처럼 후대에도 도움이 됐으면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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