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제고검장 퇴임사 “26년 검사생활 남은 건 누더기 잠바뿐”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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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희망을 가득 싣고 들어온 저의 ‘검사 수레’는 이제 텅 빈 채 누더기 잠바만 실려 있습니다.”

서영제(徐永濟·사법시험 16회·사진) 전 대구고검장이 검찰 내부통신망 ‘e-프로스’에 띄운 퇴임사가 화제다. 서 전 고검장은 후배(鄭相明·정상명·17회)가 검찰총장으로 내정되면서 21일 퇴임했다.

서 전 고검장은 퇴임사에서 “26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친 지금 유일하게 남은 것은 1990년 대검찰청에서 야근할 때 입으라고 준 잠바뿐”이라며 “저의 검찰 생활이 누더기 같은 잠바 형상처럼 비참한 몰골로 끝나 버린 것은 아닌가 자탄해 본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허탈감은 아마도 제가 무언가에 욕심과 욕망을 두고 있었다는 방증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제는 새로운 인생으로 부활해 새 세상을 살겠다”고 말했다.

강력수사통인 서 전 고검장은 서울지검 강력부장, 대검 마약부장 등을 거쳐 참여정부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다.

검찰 내부에선 “솔직하다”는 평가와 함께 “검찰총장으로 거론되다 지명받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부적절한 글”이란 지적이 엇갈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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