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종훈]기업도 출산 인센티브 확대 나서야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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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혼 연령 상승과 출산율 저하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인구밀도가 낮아지는 것을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문턱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저출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 중 하나로 돌변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결혼이 늦어지는 것은 선진국 현상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도 전에 저출산이라는 선진국병을 먼저 앓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출산율 감소는 곧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국가 성장동력을 같은 속도로 잃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1960년대 초부터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추진되면서 좁은 국토와 한정된 자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인구가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판단한 정부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을 펼쳤다. 당시 출산 억제를 위해 정부가 내걸었던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는 1980년대 들어 “둘도 많다”로 변하기까지 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국민의 의식이나 가치관도 빠른 속도로 변했다. 어느새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삶의 질을 판단하는 척도로 자리 잡았고, 사회 구성원들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도 잉태됐다. 그뿐만 아니라 높은 교육열로 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돼 가계의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실질적인 경제적 여유를 누리기는 더 어려워졌다. 자연히 맞벌이를 하는 여성이 늘어나게 됐다. 기업 또한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다 보니 구성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설상가상으로 고용 불안이 심해지면서 여성들의 출산 기피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저출산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파생된 사회적 현상임을 인식한다면 기업은 경제성장의 주체로서 이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기업은 정부보다 훨씬 많은 현실적인 수단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탁아시설을 확충하는 일이다. 지금은 소수의 대기업만이 직원들을 위한 탁아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도 지역별로 연대한다면 공동 탁아소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가 동참하는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준다면 그 실효성은 배가될 것이다.

회사의 복리후생제도를 조정해 자녀들의 교육비 지원 한도를 늘리거나, 자녀가 많은 직원에게 주택 구입 자금을 우선적으로 지급하는 등 자녀를 가진 직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임신이나 출산을 한 여직원을 업무적으로 배려하고, 회사나 동료의 축하를 받으며 출산휴가를 사용해 쉴 수 있도록 하며, 출산 후 복직을 보장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필자의 회사는 최근 직원들의 출산을 장려하는 복리후생제도 몇 가지를 시행하고 있다. 출산을 한 직원에게는 첫째아이라도 1인당 50만 원의 출산보조비를 지급하고, 직원들의 교육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 주기 위해 자녀 수를 불문하고 무제한으로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의 학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동참한다는 뜻도 있지만 저출산 문제의 또 다른 당사자인 기업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이다. 이와 비슷한 의지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출산 장려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을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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