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또’ 대한통운, 재계 달군다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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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예쁘고 성격 좋은 데다 살림까지 잘한다. 이 정도면 거의 100점짜리 신붓감이다. 그를 흠모하는 총각이 한둘이 아니다. 다들 “저 여자와 결혼하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 하고 꿈을 꾼다. 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은 마치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신부 같다. 법정관리하에서 회사 정상화가 마무리 단계이고 매각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통운을 원하는 기업은 줄을 섰다.》

○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

지난달 STX그룹은 대한통운 지분 21%를 인수해 단숨에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그러자 나흘 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55만 주를 사들여 종전 9%에서 14%로 지분을 늘렸다.

내년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앞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해 놓기 위한 일종의 신경전이다.

대한통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STX와 금호아시아나뿐만이 아니다. 롯데와 CJ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다. 최근에는 레미콘과 콘크리트 사업이 주력인 유진그룹도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혔다.

○ 인기 비결은 뭘까

한때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기업이 M&A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모으게 된 비결은 뭘까.

우선 운송장비. 대한통운은 운송 차량을 임대해 쓰는 다른 물류회사와 달리 5500여 대의 운송 차량을 자체 보유하고 있는 게 강점이다. 정부정책물자(비료 양곡) 수송 등 한꺼번에 대량의 운송 차량을 투입할 수 있는 곳은 이 회사가 거의 유일하다. 직영 차량이니 화물연대파업 등 외부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음으로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 대한통운은 국내에 있는 모든 항만(11개)과 철도역에 사업장을 갖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영업 기반을 두고 있으니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도 매력이다. 대우증권 신지윤 연구원은 “법정관리하에서 주인 없이도 잘 커왔는데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다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통운의 발목을 잡던 ‘리비아 리스크’가 해소된 점도 미래가 밝은 요인 가운데 하나.

대한통운은 모기업인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 때문에 200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동아건설이 시공하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대신 떠맡았다. 하지만 올해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를 끝내면서 2억6700만 달러(약 2670억 원)의 우발채무(偶發債務·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을 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가 없어져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게 됐다.

○ 앞으로 어떻게 될까

대한통운 매각작업은 내년 6월 말 리비아 대수로 관리청으로부터 2단계 공사 최종완공증명서(FAC)를 받은 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방식은 유상증자를 통한 제3자 매각이 유력하다.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은 “내년 5월 동아건설 정리채무 4449억 원이 우리 회사 주채무로 인수된다”며 “부채 상환하고 투자도 하려면 최소 1조 원의 자금이 들어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한통운의 경영권을 가지려면 1조 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쟁이 가열된다면 인수금액은 더 뛸 가능성이 높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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