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탄핵소추 눈앞 캄캄, 전군 경계령”

  • 입력 2005년 11월 23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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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 리더십 특별강연 유력 차기 대권후보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고 건(高 建) 전 총리가 23일 오전 연세대학교 상경대에서 '창조적 실용주의:불확실성 시대를 헤쳐가는 신뢰의  리더십'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
고건 전 총리 리더십 특별강연
유력 차기 대권후보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고 건(高 建) 전 총리가 23일 오전 연세대학교 상경대에서 '창조적 실용주의:불확실성 시대를 헤쳐가는 신뢰의 리더십'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
“진보·보수 이념논쟁 정치리더십은 시대착오적”

고건(高 建) 전 총리는 23일 연세대학교 주최 강연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이념논쟁에 사로잡힌 정치 리더십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고 “통합의 리더십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연세대 상경대 대강당에서 ‘창조적 실용주의-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 가는 통합의 리더십’을 주제로 경연했다. 지난 2004년 5월 총리 퇴임 후 첫 강연이다.

고 전 총리는 강연에서 원고의 상당부분을 여야의 이념 과잉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현재 우리사회가 처한 위기에 대해 “희망 아닌 실망, 화합 아닌 분열이 우리 퍼져있다”며 “서민들은 하루 살기가 힘들고 국가의 성장 동력은 떨어지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소득양극화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동 아시아의 정치경제 지형이 바뀌고 있다”며 “중국경제가 계속 급성장하고 일본경제도 회생하는데 우리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전 총리는 정치권이 현실과는 무관한 이념논쟁에만 매달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화의 기수이며 진보세력임을 자임하는 현 정권은 자유와 평등 사이에서 평등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야권은 보수를 지향하며 자유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역사 사실에 대한 해석이 극단으로 갈리고 국가 정체성까지도 논란꺼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와 평등의 대결은 어느 정도까지는 역사의 ‘진전’을 이루지만, 양극화에 이르렀다면 이는 ‘정체’인 셈”이라며 “편집증에서 벗어나고자 (정신)분열증을 앓는 격”이라고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자유냐, 평등이냐는 갈등은 효용성이 사라진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면서 “이념 논쟁에 사로잡힌 정치 리더십은 권위주의시대 흑백논리로 돌아가자는 시대착오적 리더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념 논쟁으로는 세계화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다”며 “우리는 이제 지난 시대가 남긴 이념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이념 대립을 극복할 통합의 리더십으로 ‘창조적 실용주의’를 주장했다.

그는 “창조적 실용주의 리더십은 소통과 연대를 중시하고, 일로서 승부하고, 상생을 지향하며, 지속가능한 혁신을 추구하는, 세계로 열린 개방의 리더십”이라며 “미래 비전과 실용정신이 결합된 정치리더십 만이 사회를 통합하고 역사를 진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탄핵직후 긴박했던 6시간” 비사 공개

한편 고 전 총리는 이날 강연회에서 지난해 3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자신에게 대통령 권한 대행 행사 권한이 넘어가기까지의 6시간 동안의 긴박했던 상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경위권이 발동되는 국회의 급박한 상황을 생중계로 보면서 탄핵소추안 의견을 직감하고 눈앞이 캄캄했다”며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국가안보’였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우선 청와대 측에 긴급히 연락을 취하고 양해 하에 탄핵 이후의 상황을 본격적으로 준비해나갔다.

그는 “우선 국방부에 전군지휘경계령을 내릴 것을 지시하고 NSC 차장을 불러 비상회의를 대기시켰다”며 “그 다음 외교부 장관을 찾아 각국의 외교사절과 해외 한국 공관에 ‘대통령 탄핵 후에도 우리나라의 외교 안보 정책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전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 직후 순식간에 우리나라 외평채 가산 금리가 상승하고 국내 증시가 폭락했지만, 미 국무성에서 ‘한미 동맹은 변함없다’는 공식 성명이 발표되자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와 외교문제를 챙긴 고 전총리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가적 혼란을 막기 위해 탄핵안 심사 시기를 최대한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고건 전 총리는 이어 “당시 순간 순간 대처했던 나의 행동은 본능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국가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증명하는 극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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