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수용]日기무치는 웃고 한국 김치는 울고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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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 김치 시장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한국 김치의 안전성을 보장할 근본 대책이 없다면 차라리 수출을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한국 김치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최근 일본에 다녀온 농수산물유통공사 정진권(鄭眞權) 수출이사는 일본의 상황이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한 지 20일.

일본은 검역 때 한국 김치를 전수 조사하려던 방침을 최근 철회했다. 기생충 알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한번 불신을 받은 제품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는 험난해 보인다.

삿포로(札幌) 시내 대형 유통업체인 ‘코프 삿포로’. 기생충 알 검출이 발표된 11월 첫째 주 한국 김치 판매량은 3871개(100∼400g 포장 기준)로 직전 주(7787개)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일본 김치 판매량은 1만3601개에서 1만5985개로 늘었다.

일본 수입업자들은 “한국 식약청이 중국 김치 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하고 한국 김치까지 조사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이제 해명해 봐야 시장에 안 먹힐 것”이란 말까지 덧붙이며….

요즘은 고추장 된장 판매까지 줄어 김치에 대한 불신이 다른 한국산 식품으로 번지는 기미까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난주 당정협의회에서 사실상 확정한 ‘분야별 식품안전종합대책’은 안일하기만 하다.

이 대책의 주요 내용은 유해식품 수입업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2003년 식품안전 전담팀을 구성한 뒤 매년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대만 등 주요 수출 대상국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해외 마케팅 강화나 연구개발(R&D) 등 긴 안목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식품안전관리체계 일원화 문제도 부처 간 싸움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김치 생산 기업이 일본 신문에 광고하려 하자 정부 관계자가 ‘한국 김치는 안전하다’는 문구도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가 스스로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 생각은 안 하고 기업에 무임승차하려는 무사안일로는 국내에서건 해외에서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홍수용 경제부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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