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하늘길 ‘호텔’이 떠다닌다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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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호텔로.’

2003년 초음속여객기 콩코드가 경제성의 논리에 밀려 퇴역한 뒤 세계 항공업계는 속도 대신 ‘편의성, 비용 절감’에 경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항공기 제작의 절대 양강(兩强)인 미국 보잉사와 유럽 에어버스사 간의 21세기 하늘 길을 차지하려는 경쟁도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 크게, 더 편하게’

세계 최대 항공기 시장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2005 에어쇼 개막을 일주일여 앞둔 14일, 보잉은 신형 여객기 B747-8을 전격 발표했다. 기존 B747보다 동체 길이가 3.7m나 길어졌고 탑승 인원도 40명 가까이 늘어나 450명에 이르는, 말 그대로 ‘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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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보잉이 새 기종을 선보인 것은 경쟁사인 에어버스의 새 모델 A380에 대한 ‘방어 차원’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올해 4월 시범 비행에 들어간 A380은 555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

대부분의 공간이 2층으로 되어 있으며 공간이 넉넉해 바, 헬스클럽, 샤워실 등 ‘항공사가 원하면 무엇이든지’ 설치할 수 있다. 속도 대신 여행하는 동안 기내 불편을 줄이는 21세기 항공 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

이에 대응하는 B747-8도 자연히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독립된 개인실 ‘스카이 스위트’를 설치했고 비즈니스룸과 오락실을 별도 공간으로 갖췄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귀족의 저택을 연상시키는 곡선형으로 설계했다.

●‘문제는 연비야’

올해 두 거인의 싸움은 에어버스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지만 의외로 에어버스가 보잉의 카운터펀치에 비틀거리는 형국이다. AP통신은 20일 개막된 두바이 에어쇼에서 보잉이 이틀 동안 항공기 138대를 수주한 반면 에어버스는 70대에 그쳤다고 전했다.

10월 말까지의 수주 실적도 보잉이 659대로 58%, 에어버스가 494대로 42%다. 이대로라면 5년 만에 처음 보잉이 에어버스를 누르게 된다.

이유는 유가 폭등에 따라 연료비 절감이 항공업계의 화두가 됐기 때문. 보잉이 이번 에어쇼에 들고 나온 주력상품 B787은 경쟁 기종에 비해 연료 소비가 20% 이상 적다. 보잉이 20일 아랍에미리트에만 40대를 판매한 B777도 엔진 4개인 B747에 비해 연료가 60%밖에 안 드는 데다 승객을 300명 가까이 태울 수도 있다.

덩치를 자랑하는 에어버스 A380도 첨단 소재를 사용해 B747보다 15%가량 연료가 절감된다. 그러나 탑승 인원이 많고 공항 시설을 대폭 개조해야 하는 탓에 취항할 수 있는 노선이 제한돼 항공업계가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10월 29일 A380이 시범 취항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의 경우 대기실을 대폭 넓힌 전용 게이트를 신설하고 공항 건물과 비행기를 연결하는 보딩 브리지, 화물을 싣는 차량까지 새로 제작해야 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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