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찍다 ‘찍힌’ 문화재…'프라하의 연인' 덕수궁 훼손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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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20일 마지막 방송에서 남자 주인공이 덕수궁 돌담에 세계 각국 언어로 ‘사랑한다’는 말을 쓴 종이를 붙여 놓고 청혼하는 장면(왼쪽). 드라마 장면은 낭만적으로 보였지만 촬영 뒤 접착제로 붙였던 종이를 떼느라 칼 등을 사용해 문화재인 덕수궁 외벽이 군데군데 긁히고 떨어져 나갔다. SBS TV 화면 캡처·김재명  기자
SBS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20일 마지막 방송에서 남자 주인공이 덕수궁 돌담에 세계 각국 언어로 ‘사랑한다’는 말을 쓴 종이를 붙여 놓고 청혼하는 장면(왼쪽). 드라마 장면은 낭만적으로 보였지만 촬영 뒤 접착제로 붙였던 종이를 떼느라 칼 등을 사용해 문화재인 덕수궁 외벽이 군데군데 긁히고 떨어져 나갔다. SBS TV 화면 캡처·김재명 기자
SBS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 중 문화재인 덕수궁의 돌담이 손상됐다.

‘프라하의 연인’ 제작진은 20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이날 오전 덕수궁 외벽 100여 m에 노란 종이 수백 장을 도배하다시피 붙였다. 남자 주인공이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였다.

촬영 후 종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종이를 붙일 때 접착제를 사용하는 바람에 이를 떼어 내려고 칼 등을 사용해 벽을 긁은 것. 이 때문에 외벽 일부가 흉하게 손상됐다.

덕수궁 일원은 사적 제124호로 지정돼 있으며 덕수궁 안에는 보물 제819호 ‘중화전 및 중화문’ 등이 있다.

덕수궁 측은 “22일 현장을 찾았을 때 돌과 돌 사이의 줄눈 수백 곳이 긁히고 떨어져 나갔으며 담장 일부엔 접착제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덕수궁 측은 “애초에 포스트잇 30장 정도 붙이겠다고 해서 허락한 것”이라면서 “촬영 일시가 언제인지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훼손된 부분은 덕수궁 담장 중 대한제국기의 돌담이라는 게 덕수궁 측의 설명이다.

문화재청 강임산 전문위원은 “담장이 훼손될 것이 뻔한데도 그와 같은 일을 저지른 것은 심각한 문화재 파괴”라고 비판했다.

비판이 제기되자 SBS는 22일 오전 ‘프라하의 연인’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덕수궁을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면서 “비용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원상 복구를 책임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덕수궁 측과 드라마 제작진은 문화재 전문가의 진단을 토대로 보수 범위를 결정하고 복구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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