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총리 중동5개국 순방]8억원 지불하고 비행기 빌려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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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21일 전세기를 이용해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중동 5개국 순방에 나섰다.

11박 12일간의 이번 중동 순방엔 총리실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국방부 등의 공무원 40여 명과 경제인 40여 명, 기자 20여 명 등 100여 명이 동행하고 있다. 전세기는 아시아나항공의 보잉 777기로 300명이 탈 수 있다.

총리가 전세기를 이용해 외국을 순방하는 것도, 경제인을 포함해 이처럼 대규모의 인원이 동행하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건으로만 볼 때 대통령에 버금가는 ‘실세 총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총리의 전세기 이용은 올해 1월 초 남아시아의 지진해일(쓰나미) 피해국 순방 때 100명이 넘는 비정부기구(NGO) 요원들과 함께 전세기를 탄 데 이어 두 번째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이후 전세기를 이용한 총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003년 6월 체코 프라하에 갔던 고건(高建) 전 총리와 이 총리뿐이다.

이 총리의 이번 중동 순방은 최초의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의 판매를 타진하는 한편 에너지 협력과 한국 기업의 현지 프로젝트 참여 등 경제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세일즈 외교’는 필요한 것이지만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연상시키는 전세기 이용과 동행 인원의 규모 때문에 다소 튀는 듯한 인상을 주는 측면도 없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러시아 등을 순방할 때도 통상 30∼40명의 기업인이 동행하지만 이들은 대통령과 같은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각자 알아서 이동했다.

12∼19일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과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일반인이 타는 정기노선 민항기를 이용해 방한했다.

총리실은 이번 전세기 비용으로 약 8억 원을 지불했다. 기자와 경제인 등 ‘승객’들에게서 받은 항공료는 3억 원 정도이며 나머지는 정부 경비로 처리했다. 경제인은 240만 원, 기자는 191만 원을 이코노미석 요금으로 냈다.

여행사인 씨에프랑스의 한 관계자는 “총리 순방 코스를 일반 비행기로 여행할 경우 이코노미석은 317만 원, 비즈니스석은 425만 원 정도가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관계자는 “총리와 대통령의 전세기를 운항할 때는 예우 차원에서 이윤을 남기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이번 순방 국가가 국내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지역이어서 시간 절약 등을 위해 전세기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300인승 비행기를 빌린 것은 중동까지 직항하려면 비행기의 규모가 그 정도는 돼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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