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제성호]PKO 파병 쉽게 입법지원을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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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자이툰부대를 파견한 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다. 자이툰부대는 ‘올리브’란 의미에 걸맞게 어려운 여건에서도 평화 재건 지원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르빌의 치안 확보에 기여한 외에 현지 지역사회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국군의 해외 파견 사례가 1990년대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자이툰을 제외한 나머지 파병 인원은 모두 유엔이 요청한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했다. 1993년 소말리아 PKO에 공병대대 250명을 보낸 것을 필두로 우리나라가 PKO와 관련해 지금까지 파병한 연인원은 10개 지역에 5100여 명이다. 지금도 서부 사하라 의료지원단 20명을 포함해 6개 지역에서 41명이 군 옵서버, 참모 등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3200명에 달하는 자이툰부대는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성질상 유엔평화유지군이 아니지만, 그 활동의 실질은 PKO라고 할 수 있다.

PKO란 본래 분쟁지역의 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질서 회복을 돕기 위한 유엔 주도의 평화적 분쟁 해결 활동을 말한다. 오늘날 탈냉전 시대에 들어 지역분쟁 관리 및 평화 유지 조성 차원에서 PKO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하고 있다.

PKO는 정전 감시, 평화협정 이행 감시 등 전통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1990년대 이래 치안 확립, 난민 귀환, 인도적 지원, 선거관리 등 국가재건활동 지원, 나아가 적대행위 진행 중에 이루어지는 강제적인 ‘평화 집행’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PKO 소요는 증가하는데, 유엔은 신속한 인적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며 세계 12대 교역국인 한국은 앞으로 유엔으로부터 PKO에 참여해 달라는 요구를 더 많이 받을 게 분명하다. PKO 참여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신속한 부대 전개이다.

하지만 우리는 유엔의 요청에 부응해 즉각 현장에 달려갈 태세가 돼 있지 못하다. 국회의 동의 절차 때문이다. 헌법 제60조 2항에서는 국군의 해외 파견에 있어 국회의 동의권 행사를 명문화하고 있다. 즉 최초 파병은 물론 이미 파병된 병력의 해외 주둔 연장 시에도 매번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PKO의 신속한 참여를 위해 국회의 파병동의권 인정을 기초로 절차 간소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정 수(예를 들어 1000명) 이하의 병력 파병을 추진할 때 정부의 국회 통보와 15일 내 국회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국회 동의가 부여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그런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절차 간소화 필요성은 유엔이 실시하는 PKO의 최근 변화 양상, 특히 유엔상비체제(UNSAS) 및 신속배치단계(RDL)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오늘날 국제 평화유지활동의 핵심 관건은 PKO 작전 초기의 신속한 부대 전개에 있다. 필요 인원을 부대 구성 초기에 신속하게 보내 주어야 PKO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간 우리의 PKO 참여 실적을 보면, 유엔에서 파견 요청을 받은 후 실제 파병까지 소요된 기간은 3, 4개월에 달했다. 파병에 소말리아 116일, 앙골라 113일, 서부 사하라 87일이 각각 걸렸다. 동티모르의 경우는 28일이 소요됐지만, 이는 예외적인 것이었다. 국회는 이 점을 감안해 국군의 PKO 참여를 더 쉽게 하기 위한 입법을 가속화해야 한다.

인명 손실, 테러 위협 노출 등 해외 파병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대접과 존경을 받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국력에 걸맞은 기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자이툰부대의 파병 연장 문제도 이런 시각에서 대처해야 한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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