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능…수험생 여러분 힘내세요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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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재활학교에서 대학 진학을 담당하는 김연순 교사(위)가 22일 서울 종로구 경운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험 볼 교실을 살펴보고 있다. 박영대 기자
삼육재활학교에서 대학 진학을 담당하는 김연순 교사(위)가 22일 서울 종로구 경운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험 볼 교실을 살펴보고 있다. 박영대 기자
“오늘은 춥지만 내일은 날씨가 풀린대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 경운동 경운학교 교정. 삼육재활학교 대학 진학지도 담당 김연순(金姸徇·37·여) 교사는 ‘2006학년도 수능 예비소집’에 참석한 삼육재활학교 뇌성마비 장애학생 8명과 부모들에게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시험장을 둘러보던 학생과 부모의 얼굴이 나들이 온 것처럼 밝은 모습에서 점차 굳어 가고 있었기 때문.

김 교사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학생들을 한 명씩 데리고 시험장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시험을 치를 교실이야. 마음에 들어? 우리 학교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평상시처럼 행동하면 돼. 내일 감기 걸리지 않도록 따뜻하게 입고 와.”

‘시험 잘 치러라’ ‘내일 잘해야 돼’ 등과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이들에겐 내일 시험장에 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에 사는 다른 뇌성마비 학생 19명과 함께 이곳에서 시험을 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끼리 한 학교에 모여 시험을 치도록 하고 있다.

삼육재활학교에서는 올해 모두 9명이 수능에 응시한다. 이 학교에 대학진학반이 생긴 것은 3년 전. 각 대학이 장애 학생을 뽑는 특별전형을 확대하면서부터다. 김 교사는 “이들에게 삶의 목표와 용기를 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진학교사를 자원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호응과 투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첫해인 2002년 15명이 응시해 10명이 대학 진학에 성공했는가 하면 이듬해엔 15명 가운데 9명, 그리고 지난해엔 14명 전원이 대학생이 됐다.

이들은 일반 고교생과 마찬가지로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정규수업에 이어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을 계속했다. 집에서는 부모와 함께 교육방송 등을 보며 오전 2, 3시까지 공부했다.

올해 수험생인 조현기(趙賢起·21) 씨는 이 학교 응시자 가운데 맏형. 장애로 초등학교에 늦게 입학했지만 학업성취도나 학교생활은 ‘형’답게 모범적이다. 그의 꿈은 수학자나 물리학자. 하지만 그가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교사는 혼자서 책을 한 장도 넘기기 힘든 그를 받아줄 이공계 대학이 없어 인문계 대학에 지원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김 교사는 “장애 때문에 ‘너는 다른 과를 가야 한다’고 말할 때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용기를 주고 희망을 갖게 했던 나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 대학은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과 과정과 생활공간을 극복할 수 있는 장애인들만 받아들인다는 방침”이라며 “대학이 장애 학생들을 배려하는 의식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올해는 입시 한파가 없다고 하니 아이들이 꽁꽁 언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지 않게 돼 다행”이라며 “장애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벽도 녹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잊지마요 8시10분 입실…걱정이네 쌀비준안 시위▼

내가 시험 볼 곳은…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시험장을 찾은 수험생들이 시험실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전국 75개 시험지구 966개 시험장에서 예비소집이 있었다. 박영대 기자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 전국 966개 시험장에서 실시된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국회의 쌀 개방 비준안 심의에 반대하며 집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수험생들이 지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수능 실시=수험생 59만3806명이 응시하는 수능시험은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6시 15분까지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사회 과학 직업 탐구 △제2외국어와 한문 영역의 순서로 진행된다.

수험생은 1교시(언어영역) 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오전 8시 10분까지 시험장에 도착해야 한다.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가져가야 하며 수험표를 잃어버린 경우 원서에 붙은 것과 같은 사진을 오전 8시까지 시험장 관리본부에 제출하면 임시 수험표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시 지역의 관공서와 기업체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로 1시간 늦췄다.

또 지하철의 러시아워 운행시간을 오전 6∼10시로 2시간 연장하고 배차 간격을 3∼4분으로 줄이기로 했다.

듣기 및 말하기 평가가 실시되는 오전 8시 40분부터 15분 동안, 오후 1시 20분부터 20분 동안 버스와 열차 등 모든 운송수단은 시험장 주변에서 서행해야 하며 경적을 사용하면 안 된다. 또 시험장 200m 이내에서 차량 통행 및 주차가 금지된다.

▽농민 시위=전농은 22일 성명을 통해 “정부와 국회가 수능을 볼모로 국민의 생명인 쌀을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350만 농민은 민족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쌀을 지키기 위해 23일 쌀 개방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민들은 23일 오전 경운기와 트랙터에 벼를 싣고 국도와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에 집결하고 경찰이 저지할 경우 고속도로에 농기계를 세워 놓고 농성을 벌일 방침이다.

전남 지역의 경우 22개 시군에서 3000여 명이 상경 투쟁을 벌이기로 하는 등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이 시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농민 시위로 수능시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 우려됨에 따라 국도 입구나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농기계 진입을 원천봉쇄하기로 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수험생 이동시간에 차량 운행을 자제하고 특히 1교시와 3교시의 듣기 및 말하기 평가 시간에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농민 단체에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영수 전농 대변인은 “수험생이 고사장에 들어가는 데 불편이 없도록 오전 11시 이후에 행사를 갖기로 했다”면서 “듣기, 말하기 평가에 차질이 없도록 고사장과 떨어진 곳에서 집회와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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