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오션은 없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특히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 왔다.
1999년 256(Mb)메가비트를 시작으로 매년 용량을 2배씩 키워 올해 16(Gb)기가비트 낸드 플래시까지 개발했다. 16Gb 플래시로 만든 메모리 카드에는 DVD급 화질의 영화 20편(32시간)이나 MP3 음악파일 8000곡(670시간)을 저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무기로 세계 낸드 플래시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해 왔다.
2분기(4∼6월)엔 미국 애플에 낸드 플래시를 대량 공급하면서 “다른 업체에 공급할 물량이 없다”는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인텔은 마이크론과 손잡고 내년 초부터 낸드 플래시를 대량 생산해 애플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애플은 22일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인텔, 마이크론, 일본 도시바 등 5개사에서 2010년까지 낸드 플래시를 장기 공급받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낸드 플래시 조달업체가 다양해져 삼성전자로서는 힘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미국 AMD와 독일 인피니온도 서로 합작해 플래시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 “문제 있다” vs “문제 없다”
인텔의 낸드 플래시 시장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 같은 기존 업체의 수익률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22일 삼성전자, 하이닉스, 도시바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또 삼성전자가 9월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에서 일본 5개 반도체회사가 연합해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기로 해 이 분야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른바 ‘X파일 사건’ 등 삼성을 둘러싼 각종 악재로 삼성 임직원들의 사기가 적지 않게 떨어져 있는 것도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인텔의 등장은 장기적으로 낸드 플래시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고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쉽게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주우식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며 인텔의 진출도 예상한 일”이라며 “삼성전자와 ‘나머지 기업’의 경쟁 구도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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