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들은 21일 국제사면위원회(AI) 영국 지부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충격적인 결과"라고 보도했다. 남녀 10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4%는 '경박하거나 교태를 부린 여자들은 부분적으로 또는 전적으로 성폭행의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또 30%는 여성이 술에 취한 상태라면 성폭행의 책임이 일부라도 여성에게 있다고 응답했으며 몸을 노출시키는 옷을 입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26%가 지적했다. 이밖에 '여성이 섹스 파트너를 여러 명 두고 있을 경우', '인적이 뜸하고 위험한 곳에 혼자 있을 경우'에도 성폭행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응답이 각각 22%였다.
이에 대해 여성 인권 단체들은 "성폭행범을 처벌하는 법이 강화됐는데도 정작 처벌 비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인권 단체에 따르면 경찰에 신고되는 성폭행 사건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유죄 판결은 줄어들어 최근에는 유죄 판결이 5%를 겨우 웃돌고 있다. 1977년의 33%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일간 더 타임스는 설문에 응한 남성과 여성 사이에 이 같은 인식이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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