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쓰려면 수수료 내라”…배짱 영업에 소비자 황당

  • 입력 2005년 11월 2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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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홍모(35) 씨는 지난달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서울의 한 중고차 시장에서 신용카드로 승용차를 사면서 중고차 매매상이 부담해야 할 가맹점 수수료를 떠안은 것.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으면 카드 결제를 해줄 수 없다는 매매상의 억지 주장에 현찰이 없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수수료 20만 원을 내야 했다.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업소가 늘고 있다. 2004년 말 현재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1명당 3.7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등 신용카드가 현금과 같은 결제 수단으로 정착되고 있지만 카드 거래를 거부하거나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물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4년 1분기 437건이던 카드 거래 거부 및 수수료 전가 피해 신고가 2분기에는 583건, 3분기 571건, 4분기 561건으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1분기 654건, 2분기 613건, 3분기 767건으로 크게 늘고 있다.

한국여신금융협회 소비자보호팀 권나영(30·여) 조사역은 “주로 중고차 매매업체와 자동차 용품업체, 금은방 등이 카드 거래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아예 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붙이고 영업하는 업소도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제과점과 송파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 계산대에는 ‘1만 원 이하 구입 시 카드 결제 사절’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처럼 카드 거래를 거부당해도 소비자들은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가맹점이 카드 거래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 받는 업주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금감원 신용카드불법거래 감시단 관계자는 “카드 거래는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피해 사실을 경찰에 고발해야 처벌할 수 있다”며 “소비자가 직접 경찰서를 찾아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데다 업주가 거래 거부 사실을 부인할 경우 입증하기도 쉽지 않아 실제 고발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특정 카드사와 가맹 계약을 하지 않거나 낮은 수수료를 조건으로 특정 카드사와 계약한 뒤 다른 카드는 받지 않는 공공기관과 대형 할인점도 있다.

서울에 3곳의 영업점을 갖고 있는 미국계 대형할인점 코스트코는 삼성카드와 현금으로만 결제하고 있다. 다른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현금을 찾아 계산할 수 있도록 매장에 현금인출기를 두고 있지만 현금 인출에 드는 수수료는 소비자 몫이다.

코스트코 코리아 김영환(37) 마케팅담당 팀장은 “삼성카드가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시했기 때문에 독점 계약한 것”이라며 “수수료 부담을 줄여 소비자들에게 값싼 물건을 제공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서울대 등 대부분의 대학도 수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받지 않으며, 서울지하철공사도 정액권 판매 때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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