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입시 난 이렇게 준비했다

  • 입력 2005년 11월 2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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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기자
김재명 기자
《과학고들이 2006학년도 신입생 선발전형을 최근 마무리했다. 수학 과학 분야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집중 육성하는 과학고는 외국어고에 비해 지원 자격이 까다롭고 선발 인원도 적기 때문에 수험생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서울과학고와 경기과학고에 합격한 두 수험생의 경험담을 통해 과학고 입학 준비 요령을 알아본다.》

▼경기과학고 특별전형 합격 구본웅 군▼

“과학고 입시는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이 유리합니다. 학원도 중요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아요.”

올해 경기과학고 특별전형(물리)에 합격한 구본웅(15·경기 수원시 율전중 3학년·사진) 군은 과학고에 가려면 우선 학교 교육과정부터 충실히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과학 올림피아드나 과학고 입시에서 반영하는 과목만 열심히 공부했다가 결국 내신성적이 낮아 입시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구 군은 “모든 교과는 서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일부 과목만 열심히 하고 다른 과목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수원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영재학급에, 중학 1학년 때는 경기과학고의 영재반에 선발되면서 자신의 소질을 발견했다.

과학고 입시를 본격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뒤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에 있는 과학고 전문학원에 등록하면서부터다.

이 전까지 동네 보습학원에서 이따금 수학이나 영어 과목만 수강하던 구 군은 학원에서 수학과 과학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오전 7시 40분에 일어나 다음 날 오전 3∼4시까지 공부하는 ‘강행군’을 해 왔다. 과학고 준비가 다소 늦은 편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 과목에 소질이 있었기 때문에 성취가 빨랐다.

올해 8월과 9월에 각각 실시된 한국물리올림피아드와 한국화학올림피아드에서 잇달아 금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구 군도 국어 과목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시험 준비 때도 국어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지만 꼭 한두 문제씩 틀려 고민이라는 것.

구 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원은 물론 학습지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혼자서 책을 보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버지에게 물어보곤 했다는 것.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학교에 가서 담임교사와 함께 끝까지 문제를 풀고서야 직성이 풀렸다는 것이다.

이런 탐구력과 집중력은 성균관대 공동기기원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역할도 컸다. 어려서부터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구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미국에서 개최된 ‘레고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 2명 가운데 한 명이다. 유치원 시절에도 국내 예선 통과자 10명 가운데 최연소로 뽑혀 당시 소년동아일보(현재 어린이동아)에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물리 과목을 특히 좋아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양자역학을 전공해 이 분야의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 것이 구 군의 꿈이다.

구 군은 “요즘도 틈만 나면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선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본웅 군의 노하우▼

○ 본격 시작 : 중2 중간고사 이후

○ 수상경력 : 올해 한국물리, 화학 올림피아드 금상

○ 공부 방법 : 알 때까지 공부하고 아는 것도 반드시 외운다

○ 학원 수업 : 5일 수업, 수학 과학 매일 각 2, 3시간씩

○ 집에선 : 오전 3∼4시까지 자율학습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서울과학고 일반전형 수석 조인해 군▼

전영한 기자

올해 서울과학고 일반전형에 수석 합격한 조인해(14·서울 신방학중 3학년·사진) 군은 “선행학습보다 교과과정을 깊이 있게 공부한 것이 합격에 더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조 군은 어릴 때부터 이상할 정도로 수(數)에 관심을 보여 가족을 놀라게 했지만 부모는 ‘천재 코스’의 유혹을 자제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들을 키웠다.

어머니 전양혜(45) 씨는 “3세 때 달력 보는 것을 좋아하더니 몇 년치 날짜와 요일을 척척 알아맞혀 신기했다”며 “승용차 번호판을 보고 누구 차인지 알아맞혔고 친척 집 아파트 동 호수, 전화번호 등 숫자라면 모두 줄줄 외워 ‘가족 수첩’으로 통했다”고 말했다.

조 군은 사교육으로는 영어 학원에만 다녔으며 위인전과 과학 서적을 읽으며 지냈다. 초등 5학년 때 ‘벼락치기 준비’ 끝에 나간 경시대회에서 입상하고 나서 수학 학원의 심화 과정에 들어갔지만 다른 아이들을 따라가지 못해 곧 그만뒀다.

중1 때 대학 영재교육원 시험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올 2학기 중간고사에서 쉬운 수학 문제를 하나 틀려 부족한 내신성적 때문에 과학고 특별전형에선 불합격했지만 결국 일반전형에서 최고점수를 받았다.

조 군은 “과학고 입시 구술문제에서 수학6, 화학3, 물리2, 생물 지구과학 각각 1문항 등 모두 13문항이 나왔다”면서 “길이를 주고 외접원의 반지름을 구하는 문제 등 몇 개는 손도 못 댔지만 평소 원리 위주로 공부해 전체적으로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조 군은 중1 겨울방학 때 학원에서 과학고 입시 준비를 본격 시작했다. 당시는 경시대회에 입상해야 응시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중 1, 2학년 때 고교 수학과 과학을 뗐다고 자랑하는 친구도 있지만 올림피아드나 과학고 입시에는 별 도움이 안 돼요. 중학 교육과정 정도만 완벽히 이해하면 문제가 없어요.”

조 군은 “주위 분위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전혀 안 한 것은 아니다”며 “수학Ⅰ은 확률, 경우의 수, 수열 등을 봤지만 수학Ⅱ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답이 맞아도 풀이과정에 의심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확인하고 교사나 학원 강사에게 늘 질문을 던졌다. 강사는 “과학은 이해가 중요하므로 모두 필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모조리 베끼고 확인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조 군은 “과학고 문제는 교과서 밖에서 출제되지 않았고 반복 출제되지 않아 유형 암기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개념의 원리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군은 “문제집에만 빠지지 말고 ‘과학동아’나 교양서적을 많이 보는 것이 좋다”면서 “머리가 시원해지고 과학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인해 군의 노하우▼

○ 본격 시작 : 중1 겨울방학

○ 수상경력 : 올해 한국화학올림피아드 금상, 한국물리 올림피아드 은상

○ 공부 방법 : 원리 위주 공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의문을 푼다

○ 학원 수업 : 매주 3일 과학, 2일 수학 오후 5시∼10시 반

○ 집에선 : 학교와 학원의 숙제 위주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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