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위기 8년, 이젠 재정이 불안 요소

  • 입력 2005년 11월 2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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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에 빠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던 때로부터 만 8년이 지났다. 국민은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 좌절과 불안에 떨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사회 전체가 부실 금융기관 및 기업 정리, 공적자금 투입 등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렸다. 대량 정리 해고, 대기업 해외 매각 등 ‘단군 이래 최대 변화’를 통해 기업부문 거품을 걷어냈다.

외환위기는 대기업의 과잉 투자에 따른 부실화, 단기외채 상환 능력 저하, 경제시스템 개편 지연 등 내부적 요인에 동남아시아 외환위기가 전염되면서 폭발한 것이다. 주로 기업부문에서 빚어진 외환위기를 극복한 직후인 2000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카드 사태’ 등 가계부문의 과잉 소비였다. 이 충격이 해소돼 가는 요즘 정부부문의 과잉 지출이 새로운 불안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우려의 핵심은 나빠지는 재정 건전성이다. 세수는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데 복지, 국민연금, 통일비용 등 재정 수요는 갈수록 커진다. 정부는 이미 8년째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했다. 올해 국채 발행은 추경을 포함해 9조2000억 원, 내년에는 9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12.3% 수준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말 30.3%, 내년 말엔 31.9%로 높아진다.

그런데도 정부가 재정 적자 확대를 걱정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감세방안을 비판할 때뿐이다. 정부와 공기업의 예산 낭비, 비효율적인 국책 사업 등의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급증하는 국가채무에 대해 정부는 ‘우리 경제가 적정 성장을 지속할 경우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적정 성장에 미달해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과연 그토록 안이하게 말할 수 있는가.

정부는 재정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경기 전망을 고려할 때 재정기조를 긴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재정이 적자에 빠지면 흑자로 되돌리기 어렵다. 정부부문이 미래 경제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어느 정권도 그럴 권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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