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차관보 “北 존재목적 없고 영원하지 않을 것”

  • 입력 2005년 11월 2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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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제대로 된 존재 목적이 없으며, 끝까지 존속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9일 북한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부산 롯데호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 청소년들로 구성된 ‘보이스 오브 퓨처’와의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미래와 북핵 해결 전망을 묻는 청소년들에게 “어느 국가든 존재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정권 유지 외에 존재 목적이 없는 나라처럼 보인다”면서 “존재 목적이 없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에 유화적인 한국과 중국을 겨냥한 듯 “아시아권 문화에서는 뭔가 작은 것, 힘없는 막내 격의 존재는 덮어 주는 미덕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솔직해야 할 때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는 중국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미국은 역내 일본과 한국의 비핵화 책임을 다했지만 중국은 작은 나라인 북한의 핵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중국 측에 ‘이전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북핵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5차 6자회담 1단계 회의에서 논란이 됐던 북한의 해외자금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거론하며 “북한은 위조 달러를 유통하고 있는 나라다. 북한은 정치적, 경제적 제재를 핑계로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담회 후 본보 기자와 따로 만난 힐 차관보는 ‘북한이 요구하는 경수로 문제 논의가 진전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핵 비즈니스에서 손뗀 뒤 논의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경수로는 매우 비싸고 짓는 데만 10년이 걸린다. 북한에는 제대로 된 도로도 없고 나무로 땔감을 마련해 연료로 쓰고 있는 형편인데 핵에너지에 대해 논의할 때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6자회담 진행과 관련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북한과 직접 대화한다고 설마 그들이 내 옷을 훔쳐가기라도 하겠느냐’며 직접 설득해 대화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참가국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포괄적인 공동성명에 합의한 뒤가 바로 모두를 녹초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밝혀 6자회담의 앞길이 순탄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부산=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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