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백제마라톤]한국 마라톤 내게 맡겨라

  • 입력 2005년 11월 2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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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고 우승이끈 서행준▼

“‘넌 키가 작아서 힘들 거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수록 보란 듯이 이겨야지 하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서행준(18·배문고 3년·사진)은 약해 보인다. 165cm에 47kg의 몸으로 어쩌면 그렇게 힘차게 뛰는지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서행준은 이날 2번째 구간 8.7km를 26분 36초에 달려 배문고의 우승을 이끈 주역이 됐다.

전남 나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서행준은 전남체육중 3학년 때 소년체전 1500m, 30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꿈나무 출신. 그러나 고교 진학 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운동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런 서행준을 2003년 찾아내 키운 사람이 바로 배문고 조남홍 감독.

배문고로 전학한 그는 작년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지면서 후배 전은회(17)에게 계속 패했다. 그는 “오히려 좋은 경쟁자가 생겼다고 생각하니까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서행준은 올해 울산 전국체전에서도 1500m에서 금메달, 10k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건국대 입학 예정인 서행준은 2010년 아시아경기대회와 2012년 올림픽에서 마라톤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 서행준은 “척추가 불편한 아버지와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께 꼭 자랑이 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주=특별취재팀

배문고 아성 누가 넘보랴

서울 배문고는 2000년이후 전국 규모 대회 중장거리 부문을 석권하고 있는 육상 명문고. 10월 열린 전국체전 고교 10km에서는 상위 10위 중 7명이 배문고 출신이었다.

배문고 육상부에는 다른 학교 운동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타, 얼차려 등이 전혀 없다. 20년째 배문고 지휘봉을 잡고 있는 조남홍 감독의 남다른 노력 때문이다.

조 감독은 1995년부터 구타와 얼차려 없애기 캠페인에 들어갔다. 그러나 오랜 관행을 없애기는 쉽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소원수리를 받았고 고쳐지지 않은 학생들은 전학시키기까지 했습니다.”

구타, 얼차려를 근절하는 데 5년이 걸렸다. 그 뒤로는 오히려 팀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났고 기록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상지여고 에이스 양수현▼

강원 상지여고 우승을 이끈 2학년 양수현(16·사진)은 올해 전국체전 5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고교 랭킹 1위의 유망주.

양수현은 강원 정선군 사북초등학교 4학년 때 체육선생님 권유로 육상을 시작했다. 원주로 유학와 상지여중 2, 3학년때는 소년체전 3000m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꿈나무로 떠올랐다.

국내 고교에는 대적할 상대가 없었던 그는 지난해에는 10km를 뛰다가 골반 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 “매일 뛰다 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아요. 실제로 올여름에도 힘들어서 후배 1명과 합숙소를 도망쳐서 강릉으로 도망가려다 터미널에서 선생님께 잡혀 오기도 했어요.”

양수현은 “머리도 길게 길렀는데 단발머리로 잘리고 선생님한테 된통 혼났어요. 하지만 다시 운동을 하니까 금세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라고 당차게 말한다.

그의 목표는 일단 이은정의 5000m 한국기록인 15분 41초 67을 깨는 것. 양수현의 이 부문 최고기록은 16분 44초로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의 최종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 획득.

그는 “런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뛰고 메달을 따내는 최초의 여자 마라토너가 되겠다”며 야무진 꿈을 밝혔다.

공주=특별취재팀

돌아온 최강자 상지여고

여자부 챔피언 상지여고는 1996년에 육상부를 창단한 신흥 강호. 올해는 코오롱구간마라톤 종합우승을 시작으로 각종 굵직한 전국대회를 석권하고 있다. 2학년 양수현과 체전 1만 m에서 7위를 차지한 박소진(3년), 이미옥(3년)이 팀의 주축. 2003년 준우승한 뒤 2년 만에 정상에 우뚝 섰다.

1986년 동아마라톤에서 유재성과 함께 2시간15분대 벽을 깼던 정만화 감독이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10년간 조련하면서 국내 최강으로 키웠다. 5년 전부터 전국대회 5000m와 1만 m에서 선수들이 메달권에 들었고 올핸 대부분의 전국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정 감독은 “최근 마라톤이 체력을 기초로 한 스피드 싸움이기 때문에 근지구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풀코스를 뛸 수 있는 기본기를 다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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