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黨이 지금 당내 ‘군기 잡기’ 할 땐가

  • 입력 2005년 11월 21일 03시 03분


코멘트
열린우리당 정세균 임시의장은 어제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기밀누설로 국민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해당(害黨) 행위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경고했다. 최근 여당 내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청와대 비판론에 쐐기를 박기 위한 ‘군기 잡기’의 일환이다.

지도부는 또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한 안영근 의원을 공개 경고하고, 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이 만든 ‘지지율 이탈 원인 진단 및 대안 조사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한 책임자 색출 작업까지 벌이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의 격앙된 반응 때문인 모양이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10%대에 머무는 한계상황 속에서 터져 나온 의원들의 목소리는 민심을 반영한 자성(自省)과 자구(自救)의 외침일 뿐이다.

여당 지지층이었다가 돌아선 사람들을 면접 조사한 열린정책연구원 보고서의 결론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지지층 이탈의 최대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천기누설(天機漏洩)이라도 되는가. ‘노 대통령이 대통령감으로서 부족하다’ ‘참모진이 어리고 미숙하다’는 진단도 그동안 언론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되풀이 지적해 온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 신뢰가 떨어진 원인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며 ‘의원 재갈 물리기’에 골몰하는 여당 지도부의 대응은 어이없다. 이 와중에도 노 대통령은 최근 정부정책 홍보 사이트인 국정브리핑에 8, 9건의 댓글을 올려 정부 각료들의 언론 비판과 자신에 대한 찬양의 글을 격려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시작된 여당 소장파 의원들의 정풍(整風)운동으로 2001년 11월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했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의 반응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당내 언로까지 막으려는 열린우리당은 민심을 더 멀어지게 하는 ‘닫힌 집권당’이다. 오죽하면 튀는 언동으로 당내에서도 ‘왕따’ 당하는 유시민 의원조차 여당 상황을 “방향을 잃고 모래톱 위에 올라와 죽음을 기다리는 고래 같다”고 하겠는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