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618>卷七.烏江의 슬픈 노래

  • 입력 2005년 11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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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저는 자신이 이끌고 온 초나라 군사들뿐만 아니라 고밀성 안에 있던 제나라 군사들까지 모두 끌어내 유수(유水) 동쪽에 크게 진세를 벌였다. 유수는 낭야 쪽에서 흘러내려 도창(都昌)에서 바다로 들어가는데 고밀성 서쪽을 지나갔다. 하수(河水)나 제수(濟水)처럼 큰물은 아니었으나 고밀성을 지날 때는 강폭과 수심이 제법 있었다.

한신은 그로부터 사흘 뒤에 유수 가에 이르렀다. 오는 길에도 틈틈이 조참과 관영에게 유성마(流星馬)를 보내어 연결을 끊지 않아, 다음 날이면 그 두 갈래 군사들도 한신의 본진에 이르게 되어 있었다. 한신은 그들을 기다리며 유수 서쪽에 진채를 내렸다.

한신의 군사들이 한창 진채를 세우고 있을 때 앞서 용저에게 농성전(籠城戰)을 권했던 그 막빈이 다시 용저를 찾아왔다.

“우리는 먼저 와서 편히 쉰 군사들이고, 적은 이제 막 먼 길을 달려와 고단하고 지친 군사들입니다. 저들이 진채를 제대로 얽기 전에 전군을 몰아 들이쳐 단번에 형세를 결정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런 막빈의 말을 용저는 이번에도 퉁명스레 받았다.

“탐마(探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적의 군세는 우리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큰 것으로 작은 것을 치는데 암습까지 하라는 것인가?”

그러자 그 막빈이 안타까운 듯 말했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가진 힘을 모두 쏟는다고 합니다. 무릇 싸움이란 그런 것입니다. 적을 가볍게 여기면 반드시 큰 낭패를 당하게 됩니다.”

“적을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 대장부가 되어 승리를 도둑처럼 훔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적이 진세를 가다듬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당당히 싸워 이기자.”

그러면서 한신이 진채를 마저 세우기를 기다려 주었다. 하룻밤이 지나자 유수 동쪽에 한군 진채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머릿수도 불어나 있었다. 하지만 용저는 그래도 한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대군을 정비하여 크게 마주쳐 나오기를 기다렸다. 또 다른 막빈이 보다 못해 용저에게 권했다

“한신은 물을 잘 쓰는 장수입니다. 벌써 두 번이나 물을 써서 자기보다 훨씬 강한 적을 크게 무찔렀습니다. 무슨 속임수를 쓸지 모르니 틈을 주지 말고 짓뭉개버리십시오.”

한신이 두 번이나 물을 써서 크게 이겼다는 것은 배 대신 나무로 만든 통을 써서 적이 뜻 하지 아니한 곳으로 하수를 건넌 뒤 위표(魏豹)를 사로잡은 일과 적은 군사로 물을 등지고 싸워 진여(陳餘)의 20만 대군을 쳐부순 일을 가리킨다. 용저도 그 일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번에도 막빈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지금이 비록 봄 정월이라 하나, 유량(流量)이 보잘것없는 데다 아직 얼음조차 제대로 녹지 않았다. 그런 유수의 물을 어디다 쓰겠느냐?”

그 며칠 추적거린 때 이른 봄비를 애써 무시하며 그렇게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그때 이미 한신은 바로 그 보잘것없는 유수의 물로 용저의 발밑을 파고 있었다. 전날 유수를 눈여겨 살피던 한신은 조참의 군사들이 고밀에 가까웠다는 전갈을 듣자 가만히 조참에게 사람을 보내 일렀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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