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삶/안철환]‘거름 벼농사’ 사막화 막는다

  • 입력 2005년 11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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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지구의 사막화를 막는다고 하면 너무 황당할까. 좀 고쳐서 거름이 지구의 사막화를 막는다고 하면 어떨까.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농사가 지구의 사막화를 막는다는 것이다. 지구의 사막화를 촉진하는 농사도 있다. 밀 농사가 대표적이다. 농사는 아니지만 목축도 사막화를 촉진한다.

빵과 고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밀은 겨울이 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반면 여름이 건조하면 쌀농사는 안 된다. 쌀을 비롯한 여름작물들은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밀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의 단백질 공급원은 고기다. 여름이 건조해 목초지가 발달하므로 목축이 잘된다. 고기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의 7배나 되는 식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축들이 먹어 대는 목초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밀과 가축에 상대적인 것은 벼와 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벼와 콩은 지구의 사막화를 막는 파수꾼이다. 벼를 재배하는 논의 담수량을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남한 전체 논의 담수량을 합하면 소양강댐의 8배나 된다고 한다. 담수량이 많으면 빗물을 잘 가둬 지표수가 늘고 지표수가 늘면 지하수가 풍부해진다. 지표수를 잘 가두면 흙과 거름의 유실을 막고 결국 산림과 녹지를 잘 보전할 수 있게 된다.

벼농사 지역에서는 목축을 하기 힘들다. 목초지가 넓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모자라는 단백질은 콩으로 보충한다. 벼는 물을 가두는 역할을 하는 반면 콩은 흙을 비옥하게 만든다. 뿌리에 있는 뿌리혹박테리아가 대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 흙에 거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뿌리혹박테리아와의 공생관계 덕분에 콩과식물은 척박한 땅에서도 자랄 수 있다. 그래서 콩은 흙을 지켜 주고 결과적으로 녹지를 지켜 줘 벼에 못지않게 사막화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밀 농사와 목축을 했던 곳은 사막이 됐다.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 나일 강,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유역이 그렇다. 최근엔 중국 문명의 발상지인 황허 강 상류의 사막이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이렇듯 밀과 목축, 벼와 콩 농사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똥을 혐오하는 서양문화의 기저에는 밀과 목축이 있다. 목축으로 주된 단백질을 얻으니 거름이 절실하지 않다. 오히려 목축으로 생기는 많은 양의 똥은 처치 곤란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 똥을 거름으로 만들 여유는 더 없다. 100년 전까지 서양 도시의 길거리에 인분이 넘쳐났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벼와 콩을 중심으로 한 농경문화에서 똥은 아주 귀한 농자재다. 인분이든 가축의 똥이든 항상 모자랐다. 개의 오줌이 묻은 흙도 퍼다 거름으로 썼다. 도시 근교는 똥이 많아 농사가 잘됐다. 서양처럼 길거리에 똥이 넘쳐날 여유가 없었다. 가축도 고기보다는 농사가 목적이었다. 소는 쟁기로 땅을 갈게 하고, 돼지 키우기는 음식물 찌꺼기와 농사 부산물을 먹여 거름을 만드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었다. 이런 가축은 서양의 대량 목축과 달라 사막화를 막는 데 기여한다. 이쯤 되면 똥이 지구의 사막화를 막는다는 말이 그리 황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매우 지당한 말이 아닐까?

안철환 전국귀농운동본부 안산주말농사학교장·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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