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푸틴 6분 지각… 盧대통령과 ‘피날레 악수’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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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 회원국 정상과 배우자들이 18일 저녁 벡스코에 마련된 만찬장에서 ‘한국의 미’를 뽐낸 공연을 즐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만찬에는 각국 대표단과 함께 정치, 경제, 문화계 국내 인사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연합뉴스
부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 회원국 정상과 배우자들이 18일 저녁 벡스코에 마련된 만찬장에서 ‘한국의 미’를 뽐낸 공연을 즐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만찬에는 각국 대표단과 함께 정치, 경제, 문화계 국내 인사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한 21개국 정상은 18일 오후 부산 벡스코 2층 회의실에서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무역 자유화의 진전’을 주제로 한 경제·통상 분야 1차 정상회의를 진행했다.

○ 각국정상 7분씩 발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1차 정상회의 첫 발언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했으며, 중국과 칠레 정상의 발언이 이어졌다. 발언시간은 각 7분씩.

발언자들은 대부분 자유무역협정(FTA)과 다자무역 시스템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으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불균형 경제발전 해소와 과학기술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저녁 벡스코에서 열린 만찬에서 21개국 정상과 부인은 단상을 바라볼 수 있게 일렬로 배치된 테이블에 앉아 1시간여 동안 만찬을 한 뒤 문화공연을 관람했다. 특정 정상들을 ‘헤드 테이블’에 앉히기 어려워 테이블을 원형 대신 일렬로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장에서 노 대통령은 “만나서 대화하면 이해가 깊어지고 신뢰가 쌓이며, 없던 길도 열리고 보이지 않는 희망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APEC는 이미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러의 신경전?

오후 1시 반부터 국가명 알파벳순에 따라 벡스코에 도착한 각국 정상은 5분 전부터 현관에 나와 기다리던 노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뒤 1분 간격으로 대기실로 향했다.

각국 정상은 APEC 정상 의전용 차량인 에쿠스 리무진을 타고 도착했으나 부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에서 공수해 온 경호용 차량인 캐딜락 리무진과 벤츠 리무진을 각각 이용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의전 관례상 차량에 국기를 꽂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성조기를 차량에 단 채 벡스코 내로 진입했다. 미국 측은 이에 앞서 열린 한미 간 양자 접촉에서도 행사장에 양국 국기를 꽂지 않는 관례를 깨고 성조기를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마련됐다.

러시아 정상도 국기에 준하는 대통령기를 전용 리무진에 달았다.

미국과 러시아는 또 3대의 차량만 벡스코 앞마당까지 동원한 다른 참가국들과 달리 5대를 몰고 와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은 정상회의가 끝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순서가 알파벳순에 따라 19번째였으나 가장 먼저 퇴장하기도 했다.

○ 삐끗한 의전

애초 계획했던 정상들의 입장 순서는 10차례 이상의 시뮬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잘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의전팀의 임기응변으로 정상들이 어색하게 기다리는 등의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

순서가 달라진 것은 멕시코 뉴질랜드 싱가포르 러시아 정상을 태운 차량들이 예정 시간보다 늦게 벡스코에 도착한 탓. 15번째로 도착해야 할 러시아는 6분 이상 지각하며 꼴찌로 테이프를 끊었다.

러시아 측은 정상회의 직전에 열렸던 싱가포르와의 양자회의가 다소 늦어져 약속시간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맨 나중에 입장하려고 일부러 행사장 도착을 늦췄다는 관측도 나왔다.

○ 퍼스트레이디들의 우애 다지기

APEC에 참석한 11개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은 18일 부산 금정산 기슭에 자리 잡은 범어사를 찾았다.

일주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각국 정상 부인들은 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의 안내로 대웅전, 천왕문, 불이문, 보제루, 3층석탑 등을 둘러보며 한국의 불교문화와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특히 정상 부인들은 가로 5m, 세로 6m의 종이 위에 큰 붓을 사용해 그리는 범주 스님의 달마도 시연을 보면서 탄성을 자아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는 방한 사흘째인 이날 오전 부산시립도서관을 방문해 가덕도의 소양보육원생과 미군부대인 캠프 하얄리아 장병 자녀들에게 20여 분간 그림책을 읽어 주며 ‘독서 대화’를 가졌다.

○ 정상들의 선물 꾸러미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한 정상들은 두툼한 선물 꾸러미를 들고 귀국길에 오를 전망이다.

공통 선물 품목은 고려청자 세트와 삼성테크윈의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인 ‘#1 MP3’, 19일 2차 정상회의 직후 입게 될 한복 두루마기. 정상 부인들이 방문한 범어사에서는 다기세트를 선물로 증정했다. 노 대통령 내외를 포함한 다수의 정상들이 투숙한 A호텔의 경우 수공예품인 ‘은칠보 팔각연꽃 문합’을 증정했고, 부시 대통령이 묵은 B호텔은 30만 원대에 달하는, 백금으로 도금한 찻잔세트를 선물했다.

부산=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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