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당신들을 감사하시오”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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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 주민이 이 지역 초등학교 설립과 관련된 감사원의 감사가 부당했다며 감사원을 상대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국민감사청구’제는 2002년 1월 부패방지법 제40조를 근거로 만 20세 이상 성인 300명 이상이나 공익추구 시민단체(회원 300명 이상)가 △공공기관의 사무 처리가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패 행위에 해당돼 공익이 저해된다고 판단될 때 △행정 및 국가시책 개선이 필요한 경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가 생긴 뒤 감사원을 상대로 감사가 청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주민 892명은 경원초등학교(가칭) 설립 계획과 관련해 감사원이 올해 3월부터 두 달간 실시한 감사가 위법했다며 15일 감사원을 상대로 국민감사청구를 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감사원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감사원 직원과 외부 전문가 등 7인으로 ‘국민감사청구위원회’를 구성해 감사원에 대한 감사 실시 여부를 3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사건의 발단은 2003년 강남교육청이 잠원동에 42학급 규모의 초등학교 신설을 추진하면서 학교 예정지 토지 소유주와 주민들 간에 생긴 분쟁에서 비롯됐다.

토지 소유주는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에 ‘학교시설사업시행계획 취소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으나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과정에서 토지 소유주가 일부 주민과 함께 “초등학교 신설은 예산 낭비”라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그리고 감사원은 9월 “강남교육청의 학생 증가 수 산정 기준이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를 고려하지 않는 등 불합리하다”며 초등학교 신설 전면 재검토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이번에 국민감사를 청구한 지역 주민들은 “노후 아파트 재개발로 가구 수와 어린이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감사원의 감사는 법원 판결과 배치될 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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